외도의 사전적 의미는 '정도를 어긴다'는 뜻이다.
외도라 하면 흔히들 자기 가정을 두고 밖으로 나돌아다니는 일로 생각한다. 그러나 내가 말 하는 외도는 이와 다른 외도다. 요즈음은 자연과 더불어 사는 세상과 인터넷이란 가상공간을 활용하는 세상이 있다. 이 두 세상은 뗄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
세상의 변화도 무척 빨라졌다. 옛날에는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했는데 지금은 자고 나면 세상이 변한다. 자연 세상의 변화는 강산이 주체였기에 10년의 세월이 걸렸다. 그러나 인터넷 세상은 프로그램이란 것이 변화를 이끌고 있다. 프로그램은 하루아침에 변한다. 어제의 것이 오늘에는 옛것이 되는 것이 곧 인터넷 세상이다.
주소도 두 개를 가지고 살아야 하는 세상이다. 집 주소와 인터넷 주소, 주소가 이렇게 따로 있으니 내가 외도를 할 수밖에 없다. 집에서의 생활은 주로 의(衣) 식(食) 주(住) 해결이다. 그런데 인터넷 세상에서는 지식과 정보를 얻으며, 쇼핑과 통신도 할 수 있다. 그리고 시장에 가야 물건을 사고, 우체국에 가야 편지를 부칠 수 있으는 기존의 세상은 느리다.
그러나 인터넷 세상은 속도전이다. 시장에 갈 필요 없이 인터넷으로 물건을 사면 바로 집으로 배달된다. 컴퓨터를 이용해 인터넷 세상으로 들어가 가게를 찾아 물건을 사면 된다.
물건값도 이곳에서 결재되므로 돈을 들고 다닐 필요가 없다. 누구에게 편지나 글을 보내고 싶으면 우체국에서 등기나 소포로 보내야 했다. 그런데 요즘은 인터넷 주소만 알면 컴퓨터를 활용하여 그 주소로 보내면 바로 전달된다. 이제 인터넷 주소는 이 시대에 없어서는 안 될 주소가 되고 말았다.
이처럼 세상이 바뀌니 주소 2개를 가지게 되었다. 우리 세대는 어려서 공상 영화나 만화를 본때가 있었다. 그런데 그 공상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전쟁을 사람이 아닌 인간이 만든 로봇이 한다. 앞으로의 전쟁은 이와 같으리라. 전자장치로 사람이 조정만 하면 된다. 사람이 달나라를 다니는 세상이다.
누가 상상이나 했던가? 우주 왕복선이, 무인 정찰 비행기가 날아다니고, 미사일이 날아다니지 않는가. 자동차도 사람이 길을 찾는 것이 아니라 내비게이션이란 장치가 인터넷으로 전달된 정보를 사람에게 알려 준다. 그러면 인간은 내비게이션의 안내만 따라 운전할 뿐이다.
이제는 길을 찾는 것도 인터넷의 도움을 받고 사는 세상이다.
“내비게이션이 없으면 자기 집도 못 찾게 된다."는 우스갯말이 있다. 내비게이션도 인터넷 운용하듯이 해야 한다. 그러려면 외도에서 얻은 지식이 필요하다. 나는 요즈음 가끔 '세상이 너무 빨리 변하니 따라 살기 힘들다'고 푸념을 한다.
며칠 전 전북예술회관 전시장을 빌리려 방문을 했다. 그런데 대관서류를 만드는데도 인터넷 주소란이 있었다. 대관 승인이 나면 인터넷 주소로 연락한단다. 말이 필요 없고 만남이 필요 없는 시대다. 일을 마치고 나오면서 인터넷이 있어 너무 빨리 변하니 따라 살기 힘이 든다고 말하니 직원은 빙그레 웃기만 했다.
친절한 아가씨의 도움으로 일을 잘 끝내고 돌아왔다. 그런데 안내양의 모습이 인상적이어서 아직도 기억에 남아있다. 그 직원에게 인터넷 세상이 되어 따라 살기 힘들다고 하니 직원은 웃으며 "열심히 하세요. 잘 될 거예요."라고 했다. 무엇을 더 열심히 하란 말인가. 알아야 열심히 하지? 인터넷 세상으로 외도해야 사는 세상이라는 것을 일상에서 실감한다.
△윤재석 수필가는 대한문학 수필로 등단했으며 전북문인협회 감사, 영호남수필 전북지역부회장, 은빛수필문학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수필집 <삶은 기다림인가>등을 냈으며 대한문학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