펑크, 그 부메랑은

국승호 기자

“온다던 군수는 왜 안 온대?” “몰라.”

지난 12일 오전 10시 진안군문예체육관에서 열린 진안군자원봉사자의 날 행사. 기자는 누군가의 대화를 무심결에 들었다. 대화에서 알 수 있는 분명한 한 가지는 ‘전춘성 군수가 참석하기로 사전 약속돼 있었다’는 사실이다.

확인해 보았다. ‘참석 약속, 그러나 불참’이 확실했다.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 하나 있었다. 불참 사유와 통보시점이었다.

주최 측은 행사가 임박해서야 군청 관계부서로부터 군수 불참 통보를 받았고, 사유는 “갑자기 집안일이 생겨서”였지만 구체적 설명은 없었다 한다.

이에 대해 집안일은 핑계일 뿐이고 진짜불참사유는 따로 있는 게 아니냐며 설왕설래가 한창이다. ‘바빠서’나 ‘몸이 아파서’ 또는 ‘갑자기 일이 생겨서’ 등 다양한 추측이 오고간다. 하지만 설득력이 떨어진다. 사전에 군수참석 가능일자에 맞춰 날짜가 조율된 점에서 그렇다. 군수가 이날 다른 행사에 참석한 점 등으로 보면 더욱 그렇다. ‘가기 싫어서’라는 추측에 대한 공감지수가 높은 이유다.

350명 넘는 자원봉사자들과의 약속이었다. 부모 작고나 본인의 병원입원 같은 사유가 아닌 이상 참석해야 했다. 행사는 성황을 이뤘고 무엇 하나 부족함이 없었다. 다만, 군수의 ‘무단결석’이 옥의 티로 남았다. 입방아를 타는 것은 당연하다. 이날 봉사자 8명은 다른 사람 손이 건네는 군수상을 받았다. 유쾌함이 반감된 상이었으리라.

표를 먹고 사는 선출직의 군민 350명과의 약속 펑크. “뭐가 꼬였어도 한참 꼬였다”는 뒷말이 나온다. 자원봉사에 대한 군수의 애정이 예전 같지 않아서라는 해석이 나온다.

바둑으로 치자면 ‘하수의 행마’라는 지적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자칫 350명 존재를 우습게 여긴다거나, 자원봉사센터와 불화설 등의 시비를 낳을 수 있어서다. 이날 350명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다섯 글자를 ‘자원봉사자’라고 외쳤다. 그들은 유권자다. 약속펑크를 어떤 모양의 부메랑으로 보상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