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의 봄’은 오는가? 2023전북 최악의 해

새만금 예산 삭감 및 지역 SOC 숙원사업 올스톱
KCC부산 연고 이전 국회의원 의석수 감축까지
재정권 없는 특별자치도 기대보단 과제가 더 많아
전북차별 노골화에서 만성화 단계로 진입

이미지=전북도 

내년 전북특별자치도 출범과 함께 ‘전북의 봄’을 기대하던 도민들의 염원이 무색하게 2023년이 ‘전북 최악의 해’로 마무리되고 있다.

한국에 민주화의 희망이 찾아왔던 서울의 봄(1979년 10월 27일 ~ 1980년 5월 17일)이 신군부에 의해 무참하게 짓밟혔듯 '전북의 봄' 역시 잼버리 부실 논란 이후 권력의 눈 밖에 나면서 그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최근 영화로 주목받고 있는 서울의 봄은 1968년 체코슬로바키아의 프라하의 봄에 빗댄 것으로 서울의 봄도 프라하의 봄처럼 7개월을 채 못 넘겼다. 전북의 봄은 SK 등 대기업 전북 유치, 이차전지 산업 기지화, 새만금 국제공항 2024년 착공과 정부의 전폭적인 관심으로 꽃 피울 것으로 기대됐으나 갑자기 모든 희망이 멈춰서면서 또다시 희망 고문만 반복되고 있다.

올해는 특히 경제·문화·사회적 측면 모두에서 악재가 거듭되면서 도민들의 자존감이 바닥을 쳤다. 

전북은 지난해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올해 윤 대통령의 빠른 추진력에 힘입어 많은 대선 공약이 실현될 것으로 기대했다. 또 아태마스터스 새만금 세계잼버리 대회 등 굵직한 국제행사를 통해 지역 이미지 제고가 전망됐지만, 행사 준비에 큰 허점을 드러내면서 오히려 지역에 독이 됐다.

그 결과는 참혹했다. 새만금 예산은 78% 삭감됐다. 말이 78% 삭감이지 기본적인 사업 유지 예산을 제외하면 모든 사업에 대한 전액 삭감이나 다름 없다. 

졸지에 내년 중순 착공이 예정된 새만금 국제공항은 물론 신항만, 인입철도, 새만금-전주 고속도로 등 모든 SOC사업은 기존에 없던 사업적정성 검토를 받는 처지로 전락했다.

문화·체육에서도 수난이 계속됐다. 지난 2001부터 쭉 전주를 연고지로 했던 KCC이지스 농구단은 올해부터 부산으로 연고지를 변경했다. 

KCC농구단 연고지 이전 가능성과 관련 수 많은 전조 증상에도 제대로 된 대응을 못 한 탓이다. 이는 개최 전 경고음을 무시했던 잼버리와 비교되면서 지역 이미지에 치명타를 줬다.  설상가상으로 다수의 유튜브 채널은 물론 공중파에서까지 전북의 잼버리 실패와 KCC농구단 연고지 이전을 소재로 삼은 블랙코미디 콩트 물도 적지 않았다. 

다행히 전북특별자치도법 전부개정안은 국회 문턱을 넘어 내년 전북특별자치도 출범은 예정대로 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특별자치도의 핵심인 ‘재정 특례’가 쏙 빠지면서 특별자치도의 본질인 ‘지방분권’ 강화라는 목표가 무색해 졌다.  

특별자치도 특례는 전북도가 강조한 특례의 양도 무시할 수는 없으나 그 본질은 지방이 얼마나 재정권을 갖고 자율적인 지방자치를 구현할 수 있느냐 여부에 있다. 

일부 정치권에서 시작된 전북차별은 노골화에서 만성화 단계로 진입했다. 최소한 전북에 대해 형식상의 예의를 갖추던 정부 여당은 새만금 예산 삭감이나 사업 차별에 대해 적극적으로 정당함을 어필하고 있다.  

국민의힘 송언석 의원의 “잼버리 핑계로 11조의 국가 예산을 빼먹은 전북”이라는 발언은 단 한 번의 사실확인도 거치지 않은 채 여러 언론사를 통해 기사로 유포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송 의원에게 직접 유감을 표시한 도내 국회의원은 1명도 없었다. 간접적으로 성명을 내거나 보도자료로 대체한 것이 전부다. 일각에서 나오는 “이재명 대표 지키기 절반의 성의만 지역구에 보였으면 좋겠다”라는 말도 여기에서 비롯된다.  전북차별이 노골화에서 만성화 단계로 가면서 도내 청년들의 이탈 현상은 더욱 심화할 조짐이다.

남녀노소 모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유튜브와 인터넷 포털 댓글 등에서 전북에 대한 도를 넘은 비하가 이어지고 있는데,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는 정치인들에 대한 실망감도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