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한옥마을·첫마중길 '가로수 색깔옷' 누가 입혔나

자원봉사센터 '트리허그' 6년째 활동
센터 단원들 6개월 동안 직접 디자인

"이렇게 추워질 줄은 몰랐어. 한복 위에 겉옷이라도 입자."

친구들과 전주한옥마을에 놀러 갔던 겨울날. 각자 개성을 뽐낼 수 있는 한복을 차려입고선 거리를 돌아다녔다.

기온은 영하권으로 떨어져 한복만으로는 손발이 오들오들 떨리는 걸 멈출 수 없었다. 겉옷을 챙겨입고 근처 카페에 들러 따뜻한 음료를 홀짝거렸다. 창밖을 바라보니 귀마개와 털장갑을 낀 관광객이 많이 보였다.

그러나 겨울옷을 차려입는 건 관광객만이 아니었다. 굳건히 서 있는 나무들도 겨울옷으로 단장하고 있었다.

전주한옥마을 경기전 일대의 가로수들이 뜨개옷을 입고 있다. /사진 제공=전주시자원봉사센터

추운 날씨를 나무는 어떻게 버틸지 미처 생각지 못했다. 누군가는 그 고통을 헤아려 정성스레 옷을 입혔다는 게 뭐랄까, 마음이 따뜻해짐을 느낀다. 나도 모르게 찰칵 사진을 찍었다. 문득 이 수많은 뜨개옷은 누가 만들어 입혔을까 궁금해졌다. 

"전주시의 첫인상을 결정짓는 첫마중길과 전주한옥마을 가로수에 뜨개옷을 입혀 시민과 관광객에게 좋은 추억을 만들어 주고 싶었어요"- 윤솔지 전주시자원봉사센터 주임.

전주시 덕진구에 위치한 '전주시자원봉사센터(이하 봉사센터)'는 지난 2017년부터 6년간 '트리허그' 활동을 펼쳐왔다.

덕수궁 돌담길 일대 가로수길에 입혀진 '나무옷'이 겨울철 추위로부터 나무를 보호하고, 시민들에게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는 것을 보고 시도했다고 한다.

센터 단원들은 자발적으로 참여해 매년 4월부터 뜨개옷을 만들기 시작한다. 6개월 동안 한 땀 한 땀 만든 뜨개옷을 직접 나무에 입힐 때면 성취감과 함께 '직접 만드신 거예요?', '어쩜 이렇게 예쁘게 만드셨어요?' 등의 질문이 따라온다. 

6년 전 전주한옥마을 일대에 심어진 회화나무 80여 그루를 시작으로, 지금은 전주역 앞 첫마중길 느티나무 140여 그루도 알록달록한 옷으로 단장했다. 나무에 입혀진 뜨개옷은 미관상의 아름다움과 함께, 기존에 볏짚을 대신해 추위로부터 가로수 동사를 방지하는 효과도 있다.

윤솔지 주임은 "타지역 자원봉사센터를 비롯해 여러 기관이 (트리허그 활동에 대해) 문의했다"며 "지역발전을 위한 노력이 인정받을 수 있어 뿌듯하다"고 전했다.

봉사센터는 올해 탄소중립 실천의 일환으로 폐현수막을 활용한 장바구니 만들기, 병뚜껑 재활용캠페인으로 작은 플라스틱을 모아 치약짜개, 키링 등 업사이클링 제품을 만들어 나누는 활동을 펼칠 예정이다. 

전주시자원봉사센터 단원들이 직접 만든 뜨개옷을 나무에 입히며 미소를 짓고 있다. /사진 제공=전주시자원봉사센터

트리허그 활동 사진 속 단원들은 겨울옷을 입고는 미소를 짓고 있었다. 무심코 지나칠 수 있었던 뜨개옷에는 그들의 마음이 담겨있다. 추위에 떨 나무를 지켜주려 뜨개질을 하다가, 땀을 뻘뻘 흘리며 손가락에 굳은살이 배겨도 좋다는 그 따뜻함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