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아침을 여는 시] 바닷가 빈집-양영아

태풍이 다녀간 뜰에

하늘이 성큼 내려선다

 

발자국이 희미해질수록

침묵은 빠르게 번져서

태고로 돌아가는 마당

낯선 기호들이 쏟아진다

 

적막에 잠겼던 나무들이 잠시 귀를 세운다

 

책을 보던 해당화가

그제야

바자울 너머 주인의 안부를 챙긴다

 

빈집은 거미가 읽던 페이지의 귀퉁이를

접어 안개 속에 넣어둔다

 

해거름까지 하늘을 마당을 떠나지 않았다.

 

△ 바자울은 대, 수수깡 등을 엮어 만든 울타리다. 바람도 들락거리고 사람도 쉽게 들락거릴 수 있다. 겨우 경계를 표시한 정도의 울타리는 “태고로 돌아가는 마당”을 가진 가난한 집을 마지막까지 지키고 있다. “침묵이 빠르게 번”지는 바닷가 빈집은 “거미가 읽던 페이지의 귀퉁이를/접어 안개 속에 넣어”둔다. 바자울이, 거미가, 해당화가 바닷가 빈집을 지키고 거기 하늘은 더 오래 머물렀다. 시적 자아는 아직도 빈집 마당에 있다./ 김제 김영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