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원 10년, 무주의 눈물과 희망

일러스트/정윤성

사실 ‘꿩 대신 닭’이었다. 놓쳐버린 꿩은 화려하게 비상했는데, 꿩 대신 잡아놓은 닭은 횟대에 앉아 날갯짓이 없다. 1997년 무주‧전주 동계유니버시아드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른 무주군과 전북도는 곧바로 동계올림픽 유치에 나섰다. 지역의 명운을 걸었다. 하지만 국내 후보지 경쟁에서 평창에 잇따라 미끄러졌다. 그리고 2004년 연이은 좌절의 끝에서 태권도원(당시 태권도공원) 유치에 성공했다. 

우여곡절이 많았다. 빅딜설이 파다했다. 평창이 국제무대에서 고배를 마시고 재도전에 나서면서 전북이 발끈했다. KOC의 중재로 성사된 ‘2010년 동계올림픽 유치 신청은 평창이 단독 제출하고, 2014년 대회 유치 신청은 전북이 우선권을 갖는다’는 합의를 강원이 파기한 것이다. 21세기 초 부안 방폐장 사태, 새만금사업 법정다툼 등으로 혼란 속 상실의 늪에 빠져 있던 전북은 10년 넘게 공들인 동계올림픽마저 어이없게 무산되자 쌓인 울분을 쏟아냈다. 도민총궐기대회까지 열었다. 평창의 재도전에 힘을 실어준 정부가 이 같은 반발을 의식해 태권도원 경쟁에서 무주의 손을 들어줬다는 것이다.

어쨌든 2004년 말 동계올림픽 국내 후보지(평창) 발표가 있었고, 1주일 뒤 태권도원 후보지로 무주가 최종 선정됐다. 전북도와 무주군은 빅딜설을 일축했지만, 결과적으로 올림픽 대신 태권도원을 얻었다. 동계올림픽 무주유치추진협의회는 해산을 결정하면서 ‘태권도원을 유치해 무주와 전북에 희망의 불을 지폈다는 데 위안을 삼는다’고 했다.

태권도원은 그로부터 꼭 10년이 지난 2014년 개원했다. 그리고 다시 10년이 흘렀다. 그 사이 태권도원은 산골 무주에 새로운 꿈을 꾸게 했다. 지구촌 태권도의 성지로 날아오르는 용꿈이다. 기대가 컸다. 하지만 실망의 연속이다. 민자유치 사업이 청사진에 그치면서 태권도원은 제 모습을 갖추지 못했고, 관련 기관 및 단체 이전·집적화 계획도 전혀 진척이 없다. 세계태권도연맹(WT) 본부 유치를 기대했지만 무주는 도전조차 하지 못했다. 연맹의 본부 이전 계획을 아예 몰랐다고 한다. WT 본부는 무주와 태권도원 경쟁을 벌였던 춘천에서 유치했다. 이후 춘천은 태권도 종주도시임을 자처하면서 각종 국제대회를 잇따라 유치했다. ‘태권도 성지화’를 외쳐왔던 전북도와 무주는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신세’가 됐다. 게다가 윤석열 정부의 공약인 국제태권도사관학교 건립 사업마저 논란이다. 새해 국가예산을 한푼도 확보하지 못해서다.

21세기를 열면서 동계올림픽 유치에 쏟아낸 도민의 염원이 허무하게 무산되고, 그 눈물과 울분을 어렵사리 희망으로 바꿔낸 게 개원 10주년을 맞은 태권도원이다. 그런데 태권도원 조성을 계기로 추진한 ‘태권도 성지화’ 사업이 표류를 거듭하고 있다. 지역사회 상실과 희망의 역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태권도원, 그리고 태권도 종주도시로서 새 역사를 써야 할 무주가 전북도민에게 다시 상실감을 안길까 걱정이다.

/ 김종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