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11일 더불어민주당 탈당과 함께 신당 창당을 공식 선언했다. 그는 '특권 없는 정치'와 ‘성역 없는 법치'를 앞세운 신당 창당과 함께 '원칙과 상식' 의원 등과의 협력에 나설 계획이다.
이 전 총리는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에 포용과 통합의 김대중 정신은 실종됐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그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민주당을 들락날락했지만, 저는 민주당을 한 번도 떠나지 않고 지켰다”며 “제게 ‘마음의 집’이었던 민주당을 떠난다는 것은 참으로 괴로운 일이었다. 오랫동안 고민하며 망설였다”고 운을 뗐다.
이어 “그러나 민주당은 저를 포함한 오랜 당원들에게 이미 ‘낯선 집’이 됐다”면서 “민주당이 자랑했던 김대중과 노무현의 정신과 가치와 품격은 사라지고, 폭력적이고 저급한 언동이 횡행하는 ‘1인 정당’ ‘방탄 정당’으로 변질했다”고 일갈했다.
그는 그 근거로 “민주당의 정신과 가치를 지키고 구현할 만한 젊은 국회의원들이 잇달아 출마를 포기하는 지경에 이르렀다”며 “당내 비판자와 저의 지지자들은 2년 동안 전국에서 ‘수박’으로 모멸 받고, ‘처단’의 대상으로 공격받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저는 그런 잔인한 현실이 개선되기를 바랐지만, 오히려 악화됐다. 포용과 통합의 김대중 정신은 실종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전 총리는 “민주당의 피폐에는 제 책임도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면서 2021년 보궐선거 때 당헌을 고쳐 후보자를 낸 것과 2020년 총선을 앞두고 위성정당 허용 결정에 동의한 것 등을 언급한 뒤 사과했다.
신당 창당과 관련해선 “저를 이렇게 몰아세운 것은 무엇보다도 대한민국의 위기였다. 이 국가적 위기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며 “후목불가조(朽木不可雕), 썩은 나무로는 조각을 할 수 없다는 공자의 말씀처럼, 지금의 정치로는 대한민국을 살릴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을 위기에서 구하려면 정치구조부터 바꿔야 한다”면서 다당제 실현과 분권형 대통령제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그는 “우선 민주당에서 혁신을 위해 노력하셨던 의원 모임 ‘원칙과 상식’의 동지들과 협력하겠다”고 향후 방향을 소개했다.
탈당과 신당 창당 명분과 관련해선 “제가 국가와 사회로부터 받은 혜택을 국민께 돌려드릴 때가 됐다. 무능하고 부패한 정치가 대한민국을 더는 망가뜨리지 못하도록 싸우겠다”며 “쉽지 않은 길이다. 어렵더라도 가야 하기 때문에 가려 한다. 국민 여러분의 이해와 성원을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한편 같은 날 민주당에선 국회의원 129명이 “이 전 대표의 탈당 의사 철회를 간절히 바란다. 분열로 가는 것은 안 된다”며 “(신당에)아무런 명분이 없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이 전 총리는 “민주당이 국민 신뢰를 충분히 받지 못하는 건 단합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변화하지 않아서”라며 “기자회견을 목전에 둔 시점에 그런 말씀을 하시는 심정은 이해하나 그런 노력을 평소에 당의 변화를 위해 썼더라면 어땠을까 아쉬움을 느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