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서러운 소리꾼… 이화중선 탄생 120주년 기념 영화 나온다

지역영상업체 'JB영상연구원' 공동제작 저예산 독립 예술영화 포스터 공개
일제강점기 당시 전북 출신의 여류명창 이화중선의 일대기 그린 다큐 영화
오는 24일 오후 7시 전주영화제작소 디지털독립영화관서 시사회 개최 예정

이화중선 포스터

참혹했던 일제강점기 시대 속 잊혀진 명창을 찾아 나선 한 감독의 로드무비.

시인이자 감독, 배우, 시나리오 작가 등 팔색조의 매력을 지닌 백학기 감독과 지역 영상업체 'JB영상연구원'이 공동 제작한 다큐 영화<이화중선>의 포스터가 공개됐다.

이화중선은 일제강점기 김초향과 더불어 여류 창악계의 쌍벽을 이룬 판소리 명창이다. 그는 17세 때 협률사의 공연을 보고 명창의 길을 걷기 시작해 일제강점기 때 임방울과 함께 음반을 가장 많이 녹음한 명창으로 꼽히는 등 여류명창으로 큰 인기를 끈 인물이다.

이번 영화는 지난 2019년 명창 이화중선 탄생 120주년을 기념해 기획됐지만, 당초 시나리오 작업 후 배우 캐스팅 문제와 예산 난항, 여기에 코로나19 등으로 제작에 어려움을 겪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이유로 백 감독은 기존 충무로 제작 방식을 벗어나 지역영상업체 'JB영상연구원'과 합심해 지난 2022년부터 2년여 동안 영화 형식과 다큐 형식을 가미한 저예산 독립 예술영화인 이번 작품<이화중선>을 탄생시켰다. 

백학기 씨

백 감독은 “안중근, 윤봉길, 유관순 등 일제강점기 당시 독립을 위해 활동한 인물은 역사책에서도 나오고 기념행사도 존재하지만, 가혹한 일제의 압제 속 민족들의 한과 얼을 노래한 ‘이화중선’ 명창에 대한 기록은 찾아보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예술가에 대한 영화를 제작하겠다는 결심을 한 뒤, 제일 먼저 인물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었다”며 “하지만 현재 남아있는 자료가 너무 적어 이화중선의 일대기를 따라 그의 발자취를 쫓는 과정을 영상으로 기록했다”고 부연했다.

이화중선 스틸컷.

소량의 자료에서 출발한 이번 영화는 전북 부안을 시작으로 남원과 순창, 임실 오수, 익산 왕궁, 전남 목포, 서울 익선동과 경복궁, 일본 세토나이카이 등 이화중선 명창이 머문 곳이면 어디든지 가서 그 내면과 풍경을 쫓는 백 감독의 여정이 담겼다.

영화는 배우 정이화와 백학기 감독이 직접 스크린에 출연하고 국악인 정회천 교수와 국악인 김세미 등도 열연했다.

특히 이번 영화에서 심청가 중 추월만정 대목을 이화중선 명창의 소리로 만날 기회를 제공해 관객들의 관심을 끌고있다. 이밖에도 지역 국악인 서양수·이서희 씨의 목소리와 배우 박팔영·원다교 씨가 내레이션에 참여했다.

백 감독은 “이번 영화를 통해 20세기 30년대 우리나라 최고의 국창인 이화중선이 다시금 재조명 되길바란다”며 “‘꽃도 무덤도 없이’ 소리로만 남은 안타까운 인물 이화중선에 대한 이번 영화가 널리 알려져 본격적인 투자가 이뤄지는 마중물이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한편 다큐영화<이화중선>은 오는 24일 오후 7시 전주영화제작소 디지털독립영화관에서 시사회를 가질 예정이다. 이후 서울 시사회를 거쳐 국내외 영화제 출품과 함께 개봉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