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아침을 여는 시] 작약꽃밭에서-구연배

나는 너를 작약(作約)으로 읽는다

 

이루지 못한 언약

얼마나 많이 괴로웠나

 

봄을 어긴 적 없는 꽃

 

혁명을 부르짖다

단두대에 목을 넣고

쓸쓸히 죄를 청하는 전사처럼

떨어진 꽃잎 진하고 아름답다

 

약속을 깨고

아직껏 용서받지 못한 죄

올봄도 그 부끄러움

작약밭에 심었다

 

예쁜 약속 하나 갖지 못한 

가난한 삶 

그 잘못이 실로 크니

 

작약꽃밭에서 

피 묻은 파약(破約)을 생각한다.

 

△ 작약꽃은 활짝 피어 ‘환호작약’한다. 꽃 중의 꽃, 봄날의 환희여서, 흔희작약’ 할 줄 안다. 비록 땅속에 뿌리가 묻힌 삶이지만, “봄을 어긴 적 없”이 약속을 지켰으므로 피어있는 시간 동안은 ‘부추작약’으로 생을 즐기리라. ‘작약’하는 “작약꽃밭에서” “作約”을 생각하고 마침내 “피 묻은 破約”에 이르는 시적 화자의 고백이 못내 쓸쓸하고도 비장하다./ 김제 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