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시작하겠습니다. 기본적인 소화기 점검부터 소방 시설이나 전기, 가스 시설등을 꼼꼼히 살펴주시기 바랍니다."
지난 22일 오후 11시께 충남 서천특화시장에서 큰 불이 나 점포 227개가 소실되면서 전국 전통시장의 화재 안전에 비상이 걸린 가운데, 24일 오전 익산시 창인동 익산 중앙시장에서 긴급 안전조사가 실시됐다.
행정안전부와 소방청, 지자체 유관 기관 등 범정부 차원의 긴급 안전조사가 이달 31일까지 진행되는 가운데 도내에서도 지난 23일 군산 신영시장을 시작으로 24일 익산 중앙시장 등 59곳의 전통시장에 대한 조사가 순차, 집중적으로 진행된다.
이날 오전 10시 30분 익산 중앙시장 입구 옆 공영주차장에 행정안전부와 전북자치도소방본부, 익산시청, 익산소방서, 한국전기안전공사 익산지사와 가스안전공사 전북본부 등 각급 기관에서 나온 공무원 22명이 운집했다.
이들은 각 분야별로 팀을 나눠 매의 눈으로 시장 이곳 저곳을 누비며 살피기 시작했다.
익산 중앙시장은 1977년에 지어져 47년이나 된 오래된 시장이다. 연면적 4367㎡규모로 137개 점포가 밀집해 있다. 화재로 소실된 서천시장보다 연도가 더 오래됐고 그만큼 화재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이날 화재 안전조사에 나선 익산소방서 소속 홍수만 소방위는 “설치된 소화기 모두를 확인해야 합니다”라고 조사단에 의견을 냈다.
소화기의 사용 연한은 10년으로, 오래된 소화기를 사용할 시 화재 진화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점검단은 약 5미터 간격으로 설치된 소화기들을 모두 확인하며, 안전핀과 사용 연한을 점검하고 기한이 지난 소화기는 상인들에게 교체를 요청했다.
홍 소방위는 “전통시장 화재는 금세 큰 불로 번질 수 있기 때문에 초기 진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철저한 예방만이 큰 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홍 소방위는 화재 속보기와 경보기들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도 집중 점검했다.
한 옷 가게에 들어간 홍 소방위는 가게 주인에게 조사 취지를 설명한 뒤, 천장에 설치된 화재경보기에 전압 측정기를 가져다 댔다. 원하는 수치는 19.2볼트 이상. 잠시 뒤 21.5볼트가 나오자 홍 소방위의 입꼬리가 자연스럽게 올라갔다.
가게 주인에게 “사장님 가게는 정상이네요”라고 말하자 주인은 “이렇게 먼저 나오셔서 점검해주니 정말 좋네요”라고 화답했다.
분식집을 운영하는 원대곤 씨(64)는 “엊그제 서천시장에서 큰 불이 난 것을 보면서 화재의 위험성을 또 한 번 느꼈다”며 “중앙시장도 예전에 한 번 불이 나 큰 피해를 본 적이 있어 기관들의 화재 점검이 너무나 반갑다”고 말했다.
시민 양영애 씨(70·여)는 “어제 마침 서천시장을 방문했다가 불이 크게 난 것을 직접 보고 왔다”면서 “오래된 시장들은 빈 점포도 많아 불이 나면 피해가 커 화재 점검과 예방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점검시작 30분이 지났을 즈음 가스안전공사 직원들이 한 반찬가게 앞을 떠나지 못했다. 해당 가게에서 점검 중 가스가 유출되고 있던 것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직원들은 곧바로 가게 사장님을 불러 해당 가스시설을 모두 교체해야 한다고 말했고, 사장님은 “큰일 날 뻔 했네”라면서 얼른 교체하겠다고 답했다.
이날 시장 안에는 문을 닫고 있는 점포가 상당수 눈에 띄었지만 점검 공무원들이 이들 점포까지 모두 확인하기는 불가능했다. 서천특화시장 화재가 빈 점포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화재 조사 방식 개선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전국에서 발생한 전통시장 화재는 총 526건이었다. 이로 인해 1명이 숨지고, 39명이 부상당했으며, 1359억 원의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도내에서도 2014년부터 2023년까지 8년간 총 9건의 전통시장 화재가 발생했다.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1300만 원의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도 소방본부 관계자는 “전통시장은 화재에 취약함이 많아 각종 화재안전시설 점검이 꼭 필요하다”면서 “최근 큰 화재가 발생한 만큼 전통시장에 대한 꼼꼼한 점검을 펼쳐 도민 안전과 생명을 지키겠다”고 강조했다.
김경수 기자∙최동재 수습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