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아침을 여는 시] 발자국-류춘영

간밤에 눈이 내려 

온 세상이 하얗네

 

강아지가 걸으니 

매화꽃이 피고 

 

참새가 종종거리니

난 꽃이 피네 

 

고양이가 걸으니

국화꽃이 피고  

 

닭이 뒤를 쫓으니 

대나무 잎이 피네

 

내가 걸으면 

무슨 꽃이 필까

※ 註: 推句 한시 일부 인용

 

△ ‘눈 덮인 들판 길을 걸어갈 때 발걸음을 함부로 어지러이 걷지 말라 오늘 내가 남긴 발자국은 훗날 뒷사람의 이정표가 되리니’라는 서산대사의 말씀이 생각난다. 어두운 밤을 지나는 동안 흰 눈은 온 세상의 어둠을 덮어버렸다. 다시 시작하는 아침에 “강아지” “참새” 고양이“ 닭”과 같은 동물조차 각자의 발걸음에 매, 난, 국, 죽, 사군자를 새기는데 내 발자국은 후세에 어떻게 이바지할지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다. 새해 새 아침에 곰곰 새겨볼 일이다./ 김제 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