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마음 속에 그 숭고한 희생 정신을 영원히 기억할 것입니다.”
자신의 몸으로 수류탄을 감싸 안아 전우를 지켜낸 고 (故)김범수 대위의 20주기 추모식이 지난 16일 임실 육군 제35 보병사단에서 열렸다.
지난 2002년 학군장교 40기로 임관한 고 김 대위는 전역을 불과 4개월 남긴 지난 2004년 2월 18일 훈련병들의 수류탄 투척 훈련에 통제교관으로 나섰다가 산화했다. 한 훈련병이 안전핀을 뺀 채 수류탄을 손에 쥐고 던지지 못하자 “모두 엎드려”라고 소리친 뒤 훈련병이 쥐고 있던 수류탄을 감싸 안고 자신의 몸을 던졌다. 당시 훈련장에는 250여 명의 교관과 훈련병들이 있었지만, 김 대위의 희생으로 모두가 무사했다.
이날 오후 1시 35사단 신병교육대대 앞은 행사를 준비하는 사병들의 우렁찬 구호소리로 가득찼다. 파란색 조끼를 입은 자원봉사자들은 준비한 떡과 음료를 나누며 김 대위를 추모했다.
이날 봉사에 나선 황정자 임실군여성단체협의회장(69)은 “매년 추모식이 열리면 회원들과 나와서 봉사를 한다“며 ”방문객들이 우리가 준비한 음식을 먹고 조금이라도 힘을 얻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오후 2시 엄숙한 분위기와 함께 시작된 추모식에는 유가족들과 오혁재 35사단장, 손순욱 전북동부보훈지청장, 주영생 전북서부보훈지청장, 김상우 국립임실호국원장, 사병과 주민 등 170여 명이 참석했다.
오 사단장은 “20년이라는 긴 세월동안 강산은 오색 빛 옷을 몇 번씩이나 갈아입었고 부모님의 얼굴엔 주름이 깊어졌지만, 우리의 기억 속에 함께하는 김범수 대위는 25세의 나이에 멈춰 늠름하고 웃음 띤 모습 그대로 존재하고 있다”며 “위급한 상황에서 빛을 발했던 투철한 책임감과 용기는 지난 20년간 신병교육대대를 거쳐 간 10만여 명의 훈련병들과 우리 모두의 마음속에 영원히 기억될 것”이라고 추모했다.
유가족들은 연신 고개를 떨군 채 눈물을 닦아냈고 추모식에 참여한 후배 전우들도 김 대위의 희생에 큰 존경심을 표했다.
35사단 반민재 병장(23)은 “김 대위님의 이야기가 널리 전파돼 후대에도 군인정신의 표본으로 남았으면 좋겠다”며 “신병교육대대 조교로서 강한 육군을 육성하고 강한 대한민국을 만드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35사단은 김 대위의 희생정신을 기리기 위해 매년 2월 추모식을 열고 있으며 신병교육대대 강당 이름을 ‘김범수관’으로 짓고 그 앞에는 흉상을 세워 그를 기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