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뢰인은 지인으로부터 돈을 빌리고 차용증을 작성하였다. 의뢰인은 변제기한이 지난 후 이자를 빼고 원금만 갚기로 합의하여 현금을 건넸다. 그런데 지인은 몇 년이 지나 지난번 갚은 금액은 이자에 불과하다며, 원금과 추가된 이자를 다시 갚을 것을 요구했다. 의뢰인은 돈을 모두 갚았는데, 또 돈을 줘야 하는지, 이 경우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물어왔다.
계약서는 왜 작성해야 할까? 말로 한 약속도 효력이 있다. 구두계약이 효력이 없다는 건 틀린 말이다. 형식을 요구하는 계약이 있긴 하지만, 대부분의 계약은 형식을 요구하지 않는 불요식 계약으로 구두계약도 효력이 있다. 그런데 문제는 구두계약의 효력이 아니라 어떻게 입증할 것인가에 있다.
만약 상대방이 법정에서 그렇게 약속한 사실이 있지만 구두계약이라 효력이 없다고 주장한다면 계약 사실을 인정해 주는 고마운 일이겠지만, 대부분 그런 약속을 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할 것이다. 그럼 그런 약속이 있었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하는데, 계약서가 없다면 입증은 어려운 문제가 된다.
그럼, 언제 거래 관계를 입증하는 서류를 남겨야 할까? 누가 그 서류를 요구해야 할까? 위 사례를 요약하면 돈은 돈을 빌릴 때 지인에서 의뢰인에게, 돈을 갚을 때 의뢰인에서 지인에게 건너간 사실이 있다.
반드시 돈을 건네준 사람이 서류를 요구해야 한다. 지인은 의뢰인에게 돈을 빌려줄 때 차용증을 요구해 받아야 한다. 지인의 입장에서는 의뢰인이 돈을 받은 사실이 없다, 대여금이 아니라 증여로 받은 것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의뢰인이 지인에게 돈을 갚을 때는 의뢰인이 지인에게 변제확인서를 받아야 한다. 지인이 돈을 받은 사실이 없다거나, 이자만 갚았다고 주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이 돈을 받는 경우에는 서류를 먼저 작성할 필요 없지만, 돈을 주는 경우에는 반드시 서류를 요구해 받자. 좋은 게 좋은 거라며 문서를 생략한다면, 상대방만 좋게 해주는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
/최영호 법무법인 모악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