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빈집 수두룩...실태조사는 '중구난방'

한국부동산원, 통계청, 전북도 등 빈집 상이
일괄된 조사처와 명확한 기준 및 기간 등 없어
지난해 상반기부터 거론된 일원화는 터덕
정확한 현황 파악 위한 실태조사 참여도 소극적

도내 빈집에 대한 현황 파악을 위한 실태조사에 대한 명확한 기준과 기간 등이 없어 현황파악이 제각각인 상황속에 26일 전주시 서학동에 빈집이 방치되고 있다. 오세림 기자

전북 전역에 방치돼 있는 빈집에 대한 실태조사가 조사처와 기준, 조사 시점 등 일관된 지침 없이 중구난방으로 진행되면서 빈집 정책에 혼선을 빚고 있다는 지적이다.

26일 본보 취재 결과 2022년 말 기준 전북자치도가 자체 조사한 빈집은 1만 5955호, 한국부동산원 소규모&빈집정보 알림e는 2만 1899호,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시스템 코시스(KOSIS)에는 9만 190호로 3개 기관에서의 빈집 수가 모두 상이한 것으로 나타났다.

빈집 실태조사는 대부분 중앙부처의 요구에 따라 진행된다. 이에 기초단체는 자체적으로 조사를 착수하거나 위탁 협약을 맺은 LX 또는 한국부동산원 등 전문기관에서 대행으로 실시한다.

시군별로 자체적으로 조사하는 경우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확인은 불가능하다.

더욱이 국토부는 도심, 농식품부는 농촌, 해수부는 어촌 등 지역별로 소관 부처가 달라 체계적인 관리가 불가피한 실정이다.

빈집 기준 및 관리에 관한 상위 법령 또한 다르게 적용된다. 농식품부와 해수부는 농어촌 중심의 농어촌정비법, 국토부는 빈집 및 소규모주택 정비에 관한 특별법으로 더 포괄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다.

중앙부처마다 빈집 조사 및 취합 시점이 다르다 보니 빈집이 중복돼 있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특히 전북은 도농이 섞인 곳으로 도심, 농촌, 어촌 등 빈집을 어느 지역의 통계로 잡아야 할지 혼돈을 겪고 있다.

현재 도는 한국부동산원에 빈집 현황의 수정을 요청한 상태지만, 교차 검증을 통해 빈집 수가 동일해질 가능성은 낮다.

통계청의 경우에는 법령과 관계없이 실태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즉 조사 시점에 따라 빈집이 많거나 적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행안부를 중심으로 지난해 상반기부터 빈집 실태조사 체계 일원화가 거론되고 있지만, 현재까지 가시화되고 있지 않다.

아울러 도내 시군에서는 정확한 빈집 실태와 현황 파악을 위한 실태조사 참여에 소극적이다. 농식품부는 이달 국비를 투입해 전국적으로 농촌 빈집 실태조사를 추진하기로 했지만 현재 전북에서는 진안, 무주, 순창, 고창, 부안 등 5곳만 조사 참여 의사를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김준영 전주대 건축학과 교수는 "인구 절벽과 지방소멸 문제와도 직결돼 있는 빈집은 분명히 더 늘어날 전망으로 지속적인 개발과 관리를 위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우선 현황 파악이 정량적이고 정밀하게 이뤄져야 하며 이를 꾸준히 취합해 줄 수 있는 연구기관 확보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