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음이 넘쳐야 지역이 산다

양오봉 전북대 총장

지난주 긴 겨울방학을 끝내고 지역대학들이 일제히 새 학기를 시작했다. 캠퍼스에 활력이 넘친다. 특히 아직은 다듬어지지 않은 원석이지만 정성을 다해 갈고닦으면 지역의 미래를 이끌 ‘화씨의옥’ 같은 대학 신입생들이 캠퍼스를 누비고 있다. 성큼 다가온 봄기운과 함께 싱그럽기까지 하다.

그렇지만 지역대학들은 해마다 마음을 졸인다. 학령인구가 급감하면서 신입생 충원이 녹록치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 대학 정보공시에 따르면 우리지역 1천명 이상 신입생을 모집하는 대학 중 충원율 100%를 기록한 대학은 한 곳도 없었다. 전북대가 99.8%로 그나마 체면을 살렸다. 나머지 대학들은 80%대에서 90%대 중반 충원율을 기록했다.

1970년 100만을 넘었던 우리나라 출생아수는 30년 만에 절반으로 줄었다. 그로부터 20년이 지난 2022년엔 또다시 절반으로 감소했다. 지난핸 그 수가 더 줄어 23만 명에 그쳤다. 통계청은 앞으로 태어날 신생아 수가 2025년 22만 명, 2072년 16만 명으로 계속 줄어들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1970년 4.53명이었던 합계 출산율은 지난해 0.72명으로 줄었다. 이를 두고 뉴욕타임스는 ‘한국은 소멸하는가’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한국의 인구감소 상황을 14세기 흑사병이 유럽에 몰고 온 인구감소를 능가하는 수준이라고 진단하고, 국가소멸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한 바 있다.

인구감소에 따른 국가소멸의 위기, 지역대학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대학이 살아야 지역이 살고, 지역이 살아야 나라가 살 수 있다고 한다. 학령인구 감소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지역대학들에게 담대한 혁신이 필요한 이유다.

담대한 혁신의 방향은 학생중심 대학을 만드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지난해 글로컬대학 사업에 선정된 전북대의 혁신 사례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전북대는 학생들의 전공 선택권 보장을 위해 모집단위 광역화를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106개나 되던 모집단위를 올해 43개로 절반 이상 줄이고, 2027년도엔 24개로 줄여 학과∙전공 구분 없이 단과대학별 신입생 모집 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했다. 대학에 입학한 후 전공을 바꿀 수 있는 전학․전과 비율도 대폭 확대하고, 복수전공 신청 성적기준을 폐지함으로써 입시성적에 따라 결정되던 전공 선택을 적성과 진로탐색 과정을 통해 학생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 중이다.

또한 지역산업과 연계된 전공 신설을 통해 지역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재를 양성해 지역발전의 중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특히 새만금-군산 지역과 전주-완주 지역, 익산-정읍 지역을 잇는 전북 대학-산업도시 트라이앵글(Jeonbuk Universities-Industry City Triangle), 이른바 JUIC 트라이앵글을 구축해 지역과 지역대학의 미래 성장 거점으로 삼을 계획이다. 특히 여기에 필요한 전문인력 양성을 위해서는 배터리융합전공과 방위산업융합전공, 반도체융합전공 등 첨단 전공을 신설하고, 긴밀한 산․학․연 협력 체계를 구축하여 신기술 개발과 고용 창출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앉아서 학생을 맞는 시대는 지났다. 기회의 땅, 새만금에 기업들이 몰려오고 있다. 지역대학들은 이제 어떻게 하면 학생들을 잘 가르치고, 사회가 어떤 인재를 원하는지 냉철한 분석을 통해 확실하게 변해야 한다. 젊음이 넘쳐야 지역이 산다. 그 책임은 대학에 있다. 청춘의 봄기운이 지역 활력의 원동력이 될 수 있도록 지역대학들도 학생중심 대학으로 환골탈태(換骨奪胎)하자.

/양오봉 전북대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