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에서 더불어민주당 공천심사 결과에 불복하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민주당 공천에 대한 예비후보자들의 불신이 극에 달하면서 고작 한 달밖에 남지 않은 4·10 총선에서 ‘민주당 원팀’은 요원할 전망이다. 다만 전북에서 민주당에 대한 지지세가 견고한 탓에 탈당 후 무소속 출마나 당적 이적은 다른 선거때보다 적은 상황이다.
10일 민주당 재심위원회 등에 따르면 전북은 전주을이나 남원·장수·임실·순창 등을 제외하면 거의 모든 선거구에서 재심신청이 들어왔다.
재심 유형은 경선 전에 공천에서 배제된 후보부터 경선에서 패한 후보까지 다양했다.
이들은 "불공정한 심사 결과를 못 받아들이겠다"면서 당에 강하게 반발했지만, 완주·진안·무주 정희균 예비후보만 뺀 모든 후보자의 재심 신청이 기각처리 됐다.
민주당 공천심사와 경선 방식에 대한 반발은 아직 미풍에 불과하다는 평가다. 그러나 이제까지 전북의 선거정치사에 비춰보면 민주당 공천에 대한 불만은 지역 정치의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 실제 일각에선 2년 뒤 지선이나 4년 후 23대 총선에서 지금의 공천 불만이 태풍의 눈이 될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일부에선 지금의 민주당 공천은 ‘선수가 심판으로 뛰는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면서 분을 삭이고 있는 분위기다.
익산갑에서는 이 지역 현역인 김수흥 후보가 이춘석 후보의 승리로 끝난 경선결과에 재심을 신청했으나 곧바로 기각됐다.
현역 지역구 의원과 비례대표의 대결이었던 군산·김제·부안갑은 김의겸 후보가 경선 선거구를 22대 선거구에 맞게 조정해 다시 경선을 치러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는 앞서 회현면과 대야면을 되찾아야 한다고 역설했지만, 경선에서 신영대 후보에게 패하자 두 지역을 경선 투표에서 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김 후보의 재심은 지난 9일 기각됐다.
전주갑에서는 방수형 후보가 지난 7일 김윤덕 후보에 대한 단수공천에 반발해 탈당 후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김제시장을 지낸 박준배 후보 역시 이원택 후보에 대한 단수공천에 재심을 요청했으나 기각됐다.
한병도 후보가 단수를 받은 익산을은 이희성 후보가 재심을 요구했다. 이 후보는 “정치 신인, 청년 정치인에게 기회를 준다던 민주당은 ‘호남 지역은 경선이 원칙’이라고 해놓고 단수 공천했다”면서 고무줄 원칙에 불만을 드러냈다. 하지만 이 신청은 다른 후보자들의 재심신청과 같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유성엽-윤준병 양강 구도인 정읍·고창에선 황치연 후보가 경선에 참여하지 못한 데 재심을 신청한 후 기각판정을 받았다.
완주·진안·무주에서는 두세훈 후보와 정희균 후보가 경선에서 배제되자 곧바로 재심을 신청했다. 재심 결과 정 후보의 요구는 인용됐고, 두 후보의 신청은 기각됐다.
전주병 황현선 예비후보는 컷오프 결과를 받아들였으나 평소 인연이 깊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대표로 있는 조국혁신당으로 당적을 변경했다. 그의 선거조직은 정동영 후보 측으로 이동했다.
민주당 공천에 대한 불복과 재심은 현역의원들과 도전자 간 사생결단 경선이 벌어지고 있는 전주병, 정읍·고창, 남원·장수∙임실·순창, 완주·진안·무주 등 4곳의 결과가 나온 후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