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떼고 포뗀 박용진, “고향 전북서 불공정 바로잡아 달라” 호소

박용진 경선 페널티 30%에 조수진은 여성신인 25% 가산
박용진 매직넘버 64.2%득표
반면 조수진 35.9%만 얻어도 승리
전북서 ‘압도적 지지율’ 반전 이뤄질 경우 민주당 변화

박용진 의원이 18일 전북특별자치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호남당원들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사진=김윤정 기자

서울 강북을 더불어민주당 경선에서 두 번이나 ‘기사회생’한 박용진 의원이 고향 전북에서 압도적 지지를 호소했다.

이번 경선에서 박용진 의원의 매직넘버는 64.2%다. 반대로 상대 후보인 조수진 변호사는 35.9%만 득표해도 승리할 수 있다. 이 경선이 ‘정당 민주주의’에 앞서 국민의 대리인을 뽑는 ‘대의제 민주주의’의 큰 틀에서 벗어났다는 비판을 받는 이유다. 

박 의원은 18일 전북특별자치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저는 민주당 서울 강북을 국회의원 후보로 뽑아달라는 호소를 고향인 전북에서 해야 하는 기막힌 상황에 직면했다”면서 “지금 이 현실이 우리 당 지도부의 부당함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고 운을 뗐다. 

그는 이어 “이 규칙 안에서 박용진이 도저히 이길 수 없다는 사실. 또 국민참여경선으로 해야 하는 당헌에 위배된다는 사실은 저도 알고 이재명 대표도 안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서울 강북을 경선을 위해 고향인 전북에 오면서까지 지지를 당부드리는 것은 민주당이 늘 주장해온 원칙과 공정이 살아있음을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박 의원은 원인 불명의 이유로 당으로부터 ‘현역 하위 10%’ 통보를 받은 이후 줄곧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민주당은 서울 강북을 현역인 박 의원에게 전체 득표율 30% 감산이라는 페널티를 적용했지만, 서울 강북을 유권자들의 과반 지지와 정봉주 전 의원의 낙마로 두 번이나 기사회생했다. 

그러자 당은 지역구 경선을 전국 당원투표에 부치는 사상 초유의 결정을 내렸다. 

민주당의 서울 강북을 경선은 보통 상황대로라면 서울 강북을 유권자를 대상으로 ‘100% 국민경선’을 실시해야 정상이다. 하지만 민주당은 전국 권리당원 투표를 70% 반영하고, 서울 강북을 권리당원 투표는 30%만 반영하기로 했다. 박 의원이 처해 있는 상황은 우리나라 정당 역사에서는 처음 있는 일이다. 지역구 국회의원 후보를 뽑는 경선이 전국 단위로 퍼진 점도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으로 이미 민주당 내부에서도 큰 논란이 되고 있다. 아무리 지역구 관리를 잘하더라도 당대표에게 찍히면 살아나갈 구멍이 없다는 것을 당 스스로가 증명했기 때문이다. 전국 권리당원 70% 투표는 당내 주류 권리당원이 된 이재명 대표 지지층의 영향력을 고려했다는 게 민주당 관계자들의 공통된 이야기이기도 하다. 박 의원은 21대 총선에서 서울 지역 최다 득표율인 64.5%’를 얻은 바 있는데다 지난 두번의 경선 투표에서 과반을 획득해 정상적인 방식으로는 정치신인인 조 변호사가 이기기 어렵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박 의원에게 적용되는 이중 잣대는 이것뿐만이 아니다. 

이재명 대표는 "양문석 후보의 발언이 지나쳤다“면서도 ”(이에 대한) 책임을 물을지는 국민이 판단한다“면서 공천 취소 여론을 일축했다. 하지만 박 의원에겐 알 수 없는 이유로 경선 득표수 30% 감산에 이어 경선 규칙마저 불리하게 적용했다. 이 대표의 논리대로라면 박 의원에 대한 평가는 서울 강북을 당원과 국민이 해야 할 문제다.  

민주당은 경선 1위를 했던 정봉주 전 의원의 공천을 취소하면서도 경선 2위를 한 박 의원에게 공천을 주지 않았다. 심지어 박 의원은 투표에선 50% 이상 과반 득표자였다. 이재명 대표는 “1등이 문제가 됐다고 차점자가 우승자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경선 부정이 적발된 순천·광양·곡성·구례갑 지역에서는 1위의 공천을 취소하고 2위에 공천을 줬다.  

경선 규칙 역시 박 의원이 정봉주 전 의원과 결선투표를 치를 때보다 불리하게 짜여졌다.

박용진 의원은 30%의 감점을 받고 조수진 변호사는 25%의 여성신인 가점을 받는다. 

쉽게 말해 두 사람이 100m 달리기를 하는데 출발선에서 박용진 의원은 30m 뒤에서, 조수진 변호사는 25m 앞에서 출발하는 경기가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장기에 비유하자면 차 떼고 포 뗀 것을 넘어 졸까지 뺏은 격이다.  

박 의원과 맞붙게 된 조 이사는 2010~2012년 이정희 전 통합진보당 의원의 보좌관으로 일했고, 2020년부터 노무현재단 이사를 맡았다. 그는 유시민 노무현재단 전 이사장과 함께 유튜브 ‘알릴레오’ 방송을 진행하며 얼굴을 알렸다.

경선 규칙과 별개로 정치권에선 조 변호사의 과거 이력에 대한 논란도 불거지고 있다. 위헌정당으로 규정돼 강제해산된 통합진보당의 이정희 의원 보좌관 이력과 10세 아동에 대한 성착취 사건에서 집행유예 판결을 끌어낸 이력을 직접 홍보한 사실 때문이다.

또 조 변호사는 과거 이재명 대표 열성 지지층인 개딸에 대해서도 정면 비판한 바 있다.

그는 2022년 5월 이재명 대표가 대선에서 윤석열 대통령에 패배한 것에 대해 “한 번도 정치해보지 않고 검찰총장에서 직행한 분에게 졌다는 것은 박빙이 아니고 크게 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이 대표 강성 지지층에 대해선 "(개딸 같은) 강성 지지층은 확장성이 없다. 민주당이 그분들을 따라가서는 안 되는 이유"라고 비판하며 "강성 지지층은 자신들의 의견 외에는 들을 생각이 없다"고도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