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방의 전북정치, 삼중소외(三重疏外)현상 심화

인물 키우지 못하고 극복과 차별의 대상으로 인식
민주당 내부에서 호남과 전북은 전국정당 위해 극복해야 할 존재
국민의힘에선 완전히 배제의 대상, 정치, 정책적 말살
전북은 광주에 치여 사실상 정치적 실용주의와 패러다임 실종

오는 4월에 치러질 22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기점으로 전북정치가 완전히 변방으로 내몰릴 위기에 처했다. 민주당 텃밭인 전북은 더불어민주당을 포함해 여당인 국민의힘은 물론 소수정당에도 소외당하고 있다. 전북 민심이 이번 선거에 변수를 미칠 요인이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지금의 전북정치를 대변하는 단어는 ‘삼중소외(三重疏外)’로 정리된다. 민주당은 전국정당화를 위해 전북과 거리를 두고 있다. 호남정당으로 인식되면 대선과 총선, 지선에서 불리하게 작용한다는 판단에서다.  민주당 당원 게시판을 살펴봐도 민주당을 호남정당이 아닌 서울수도권 위주의 전국정당임을 대변하는 글이 많다. 

국민의힘 입장에서 전북은 ‘금덩이를 안겨다줘도 변하지 않는 존재’들로 사실상 배제의 대상이다. 설상가상으로 전북은 호남에서도 변방 취급을 받는 곳으로 정치적 상징성은커녕 실용주의적 노선에서도 밀리고 있다.

정치권에 따르면 ‘호남정치’에 대한 정의는 단순한 인물론을 넘어 일종의 정치적 ‘헤게모니’로 불린다. 과거에는 호남의 민심이 서울과 수도권으로 북상해 전체 선거판도에 영향을 미치는 일이 빈번했다면 오늘날에는 반대로 서울과 수도권 민심이 남하해 호남인들의 표심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22대 국회에서 전북정치는 외형적인 부분에서는 다른 지역에 밀리지 않을 전망이다. 그러나 전북을 비롯한 호남 정치인들은 지역민심을 대표할만한 강한 영향력을 갖추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전북은 이번 총선을 통해 3~5선 이상의 국회의원을 배출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전북정치의 주류로 올라선 이들의 목표는 지선 공천권을 쥘 민주당 도당위원장 또는 도지사로 몰려 있는 상황이다. 

올해 총선에서는 더욱 독특한 현상이 빚어졌다. ‘내 편 아니면 적’이라는 정치 양극화가 극심한 지금 시점에서 전북의 민심이 캐스팅보트를 쥔 중도층의 생각을 대변하기보다는 가장 왼쪽의 진보층을 대변하고 있다는 점이다. 

전북 국회의원 선거의 당락을 가르는 민주당 경선의 아젠다가 도민 민생 대신 반(反)윤석열로 귀결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심지어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전북을 보호하는 것이 아닌 전북 도민이 이 대표를 보호해야 한다는 구호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전북 등 호남 민심은 민주당 주류 강성 지지층의 압력이 더 강하다. 호남은 이제 민주당 권리당원 수나 의원들의 영향력에서 민주당의 심장이자 텃밭이라는 수사적 명칭 외에 의제와 여론 형성, 리더십을 주도할 능력을 상실한 지 오래다. 호남을 정치적 기반으로 하려 했던 새로운 미래가 호남에서 안착하지 못하고 고전을 면치 못하는 것도 이 같은 배경에 있다. 

이를 증명하는 사례는 민주당 내 호남 필패론이다. 실제 대선 후보들은 물론 고위직으로 올라선 전북 정치인들은 의도적으로 고향과 거리를 뒀다. 그러다 정치적 영향력이 떨어지면 다시 고향을 찾아 지지를 호소하거나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전북 출신 정치인들의 성장은 '개인의 성공'에 그쳤을 뿐 지역의 성장으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전북내에서 지역출신 정치인을 중앙무대에서 키워주지 않는게 상식처럼 굳어지게 됐다. 그러자 2010년도 이후부터 지역정치권 역시 그동안 민주당 독점구도 속에 의도적으로 신진 육성을 소홀하면서 입지가 취약해지고 있다. 신진정치인이 육성돼야 할 자리에는 지방의원 줄세우기가 만연해 있다. 전북의 올드보이 귀환, 현역 8명중 6명이 다시 민주당 경선에서 승리한 것도 중앙정치에서 변방으로 밀린 전북정치가 ‘골목대장 정치’로 역행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보수 여당인 국민의힘은 아예 전북에 대한 기대를 접고, 특정지역에 대한 정치적 정책적 말살을 당연하게 여기고 있다.

잼버리 사태에서 이어지는 새만금 예산 삭감 논란, 재정 특례 없는 특별자치도, 국민의미래 비례대표에 전북 인사 배제라는 일련의 사건들은 국민의힘이 전북을 어떻게 인식하는지 단면적으로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