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총선이 ‘정책대결’이 아닌 ‘이념전쟁’으로 번지면서 일당독주 현상이 심화한 전북지역 발전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정 정당 쏠림’은 전북이 선거기간 무관심 대상으로 전락하는 결정적인 요인으로 꼽힌다. 국내 주요 여론조사기관들은 '총선후보 지지도 조사' 대상 지역에서 ‘전주을’을 제외한 전북 전역을 제외했다.
25일 여야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양당은 수도권 험지와 비수도권 격전지를 집중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올해 출범한 전북특별자치도는 국민의힘 입장에서 ‘험지’를 넘어 ‘사지(死地)’로 인식되면서 버리는 패가 됐다. 전북을 텃밭으로 두고 있는 민주당은 도민들의 서운함만 달래주면 되는 지역으로 굳어졌다. 민주당은 전북 민심을 달래기 위해 사탕발림성 공약과 메시지만 던질 뿐, 지역발전 방법론은 전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전북은 국제공항 등 다른 지역과 경쟁적인 현안에서 모두 고배를 마셨는데 정치권은 이에 대한 반성은커녕 유감도 표명하지 않았다. 4년에 딱한번 유권자가 주인이 되는 선거철마저 전북은 주류 정치인들이 고개를 빳빳이 드는 현상마저 나타나고 있다. 전북도민들이 정치인의 현안 해결능력보다 야권의 정권심판 구호에 매몰돼 있기 때문이다. 실제 전북은 ‘일꾼’보다 ‘싸움꾼’을 자처한 이들에게 더 많은 지지를 보내고 있는 현실이다.
이날 전북특별자치도의회에서 민주당 전북자치도당이 제시한 ‘22대 총선 9대 공약’이 21대 국회는 물론 20대 국회 당시보다 퇴보한 것도 이와 일맥상통한다. 대신 전북은 ‘정권심판론’을 위한 전략적 요충지로 여겨지고 있는 상황이다.
전북이 22대 총선 정국에서 실리를 잃은 사이 국민의힘은 격전지인 PK 낙동강 벨트와 수도권 험지에 모든 애정을 쏟고 있다. 민주당 역시 수도권 격전지와 총선 승리의 핵심인 PK 공략에 주력하고 있다. 양당 모두 선거운동을 통해 표심이 달라질 선거구를 중심으로 전략을 짠다는 의미다. 파격적인 수도권 철도망 확충과 비수도권 광역교통망 신설 움직임도 이를 반영하는 것이다.
민주당 전북자치도당의 ‘새만금국제공항 공약’은 이를 상징하는 좋은 사례다.
새만금국제공항은 이해찬 대표 시절 여당이었던 민주당이 당정 차원에서 2026년 개항을 확정지었던 사안이다. 당시 기획재정부는 재정사업평가위원회를 열고, 2026년 새만금국제공항을 신설하는 계획을 원안대로 의결했다. 그러나 공항 개항 시기는 21대 국회에서 2년이나 밀려난 2028년을 목표로 했으나 사실상 좌절됐다. 새만금국제공항 사업이 정상 추진됐다면 올해 착공해 늦어도 2028년에 개항을 마쳤어야 했다. 그런데 민주당 도당은 또 2년을 미룬 '2030년 새만금국제공항 개항을' 22대 총선 공약으로 당당히 내거는 촌극을 벌였다.
국민의힘 전북자치도당도 전북 현안에 손은 놓은 것은 마찬가지다. 국민의힘 도당은 선거철임에도 새만금사업을 모두 무산시킨 정부에 이렇다 할 목소리조차 내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전국을 순회하며 직접 지역 민심과 현안을 챙기는 민생 토론회도 무기한 연기됐다. 윤 대통령의 민생 토론회는 4월 총선이 끝나야 열릴 전망이다.
반대로 부산·경남지역 총선 후보들은 22대 총선을 맞아 개항이 기존보다 6년(2035→2029년) 앞당겨진 가덕도 신공항 사업과 연계한 지역경제 공약을 내놓고 있다. 보수의 심장으로 불리는 대구·경북에선 윤 대통령이 직접 2030년 완공에 힘을 실어줬다. 한동훈 국민의힘 선대위원장은 산업은행 부산 이전 공약에 못을 박았다.
도민들 사이에서 ‘50년간의 희망고문’이 앞으로 ‘100년 고문’이 될 처지라는 절망감이 터져 나오는 이유다.
남원 공공의대는 정부의 의대 정원 2000명 증원과 맞물려 아예 담론이 실종됐다. 이 밖에 고창과 부안을 잇는 노을대교도 완공 방안이 도출되지 못했고, 가장 어려운 과제인 공공기관 2차 지방이전 열기마저 식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