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는 조선시대 출판문화를 이끌었던 완판본의 도시다. 국내 유일 출판전문기관인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전북혁신도시로 이전한 것도 이러한 역사적·사회적 배경과 무관치 않다.
이 같은 상징성과 중요성에도 지난 10년간 전북혁신도시 내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존재감은 미미했다. 다른 혁신도시 이전 공공기관에 비해 작은 조직·예산 규모는 그 원인 중 하나다. 진흥원 이전을 계기로 호남권 출판산업 클러스터 조성에 대한 의견이 대두됐지만 이마저도 실제 성과로 이어지진 못 했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청사 이전을 포함한 출판산업 클러스터 조성에 다시 한번 나선다. 진흥원의 의지, 전북자치도의 여건 변화 등이 맞아떨어졌다.
이번에는 전북혁신도시에 출판산업 클러스터를 조성할 수 있을까. 본보는 클러스터 조성의 필요성과 발전 방안 등을 두 차례에 걸쳐 짚어 본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은 출판문화산업 진흥 정책, 제도 연구·조사·기획, 전문 인력 양성 지원, 간행물 유해성 여부 심의 등을 관할하는 문화체육관광부 산하기관이다. 수도권 공공기관 지방 이전에 따라 2015년 전북혁신도시로 옮겨왔다. 당시 별도의 청사를 신축하지 않고 전북혁신도시 내 전북개발공사 청사 1개동을 임차해 이전했다. 혁신도시 이전 공공기관 중 독립적인 청사를 보유하고 있지 않은 곳은 현재까지도 진흥원이 유일하다.
'한 지붕 두 가족'인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과 전북개발공사는 조직 확대에 따른 공간 부족 문제를 겪고 있다. 진흥원이 청사 이전을 검토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진흥원은 2022년 '디지털 출판산업 클러스터 구축' 연구용역에서도 "전북개발공사와 공유하는 임대시설로 관리·운영 권한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며 "업무, 자료보관, 문화공간 또한 부족하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이에 운영 특성에 맞는 개별시설을 조성하고 출판 교육, 창업 지원 기능을 추가하는 방안 등이 거론됐다.
이와 관련 진흥원은 전북혁신도시 산학연 클러스터 5구역을 청사 이전을 포함한 출판산업 클러스터로 조성하기 위해 관련 부처, 자치단체와 의견을 나누고 있다. 산학연 클러스터 5구역은 완주군이 사회적경제 인재개발원을 건립하기 위해 분양받은 부지다. 예산 미반영으로 사회적경제 인재개발원 건립 계획이 무산되자 이를 출판산업 클러스터로 활용하는 방안이 검토되기 시작한 것이다.
향후 계획이 구체화될 경우 완주군과 진흥원 간 산학연 클러스터 5구역 소유권 이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진흥원도 출판산업 클러스터 조성의 당위성은 충분한 만큼 이번에는 자치단체와 적극 협력해 문체부 예산 확보 작업에 나설 계획이다. 진흥원 관계자는 "과거 2019년, 2022년 출판산업 클러스터 조성사업을 추진한 적이 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며 "당시 미진했던 부분들을 보완해 이번에는 성과를 내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