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을 좋아하고 사진 찍고 글을 쓰는 시인, 진안출신의 이병율 시인이 <세월, 나였다>(천지현황)을 펴냈다.
이 시인은 “하염없이 지껄인 상념의 에너지, 상상의 무한한 생명들과의 교감, 쓰레기처럼 여기저기 쌓인 감성 등 그 언어들이 떠나야 할 때, 버리려 내놓으니 아쉽다”며 “변화무상한 존재의 변화 그 은유적 이상의 창작을 기대하며 짐을 내려놓는 듯 홀가분하다”고 밝혔다.
책은 ‘1부 세월은 풍경을 그린다’, ‘2부 순백의 적멸로 환생하는 사랑이더라’, ‘3부 자연을 품은 마음에 몸도 안긴다’, ‘4부 봄날의 사랑을 담기 위해’, ‘5부 운장산 준령을 걸었다’ 등 총 5부로 구성, 70여 편의 한국적 고유 정서가 충만한 서정시가 담겼다.
“어디쯤 뒤뚱거리며 휘날리는 낙엽/ 주머니에 남아있는 푸르름을 만지며/ 휘날리는 기억으로 천둥 번개 치던 밤/ 단풍 물드는 그리움이 출렁인다/ 헉헉거리며 올라온 산마루에/ 겹겹이 이어진 준령에 걸친 얼굴. 말 걸어오는 산길엔 고독이 뒹굴고/ 밟으며 걸어온 발걸음 무거워/ 아롱거리는 부끄러움 감싸주던 안개/ 어디선가 꺾이는 소리로 모아둔/ 고귀한 숨소리 나를 떠난 나를 본다(이하 생략)”(시 ‘세월, 나였다’ 부분)
소재호 시인은 이번 시집을 ‘자연과 시적 자아의 연기적인 조응’이라고 평했다.
실제 그는 시평을 통해 “이병율 시인의 시들은 만물 조응의 조화와 통일이 편편마다 구조되고 있어 '범아일여'요, '물아일체'의 경지를 들어낸다”며 “자연은 제2의 사원이라 했던 보들레르 등 상징주의 시인들의 담론이 이병율의 시편 등에서 구현됨을 보게 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시에서 형상화를 주요 핵심인바, 이 시인의 시들은 이처럼 품격 높은 기교도 넘쳐나며, 특히 기행시와 서사시는 그 목적성에서 상도(相到) 해 성과를 드높인다”고 덧붙였다.
이 시인은 2018년 표현문학으로 등단했다. 지난 2022년 진안 예술인상을 받았다. 그는 국사편찬위원, 진안향토문화연구소장, 진안 문인협회장을 역임했다. 특히 사진 촬영을 즐기는 이 시인의 사진 작품은 제10회 청주공예비엔날레 ‘금강비’와 우란문화재단 율동감각전시 ‘바람의 눈’ 등에서 선보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