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론도 집어삼킨 총선 민심

국힘 정운천 후보를 바라보는 유권자 시선은 매우 복잡미묘하다. 사실 전북 입장에서 보면 그는 국회의원 한 명의 역할보다는 정부 여당의 소통 창구로 인식돼 왔다. 지난해 잼버리 사태와 새만금 보복 예산 국면에서 정부 여당에 대한 도민 분노는 극에 달했다. 이 과정에서 전북 이익의 대변자인 야당 의원의 무능함이 노출되면서 상대적으로 그의 역할이 커진 것도 이런 연유다. 김관영 지사, 한병도 위원장과 함께 돌파구를 마련하는데 일조했다. 실제 그는 ‘용산’ 의중을 파악하기 위해 백방으로 움직였다고 한다. 이처럼 여당 일꾼의 존재감을 보여줬던 정 후보 이지만 총선 민심을 뒤흔들고  있는 정권 심판론의 거센 기류 속에 고전하면서 '아픈 손가락' 처럼 동정론이 일고 있다.

민주당 텃밭인 전북에서 다른 정당의 깃발을 꽂기 위해 도전장을 내미는 것 자체가 무모해 보인다. 그만큼 특정 정당의 묻지마 투표 성향이 강한 곳이라 민주당 내부에서 조차 본선 보다는 경선을 승부처라 여기고 올인하는 추세다. 이 같이 ‘믿는 구석’ 이 있기에 출마 선언 10일 만에 정치 신인이 본선행 티켓을 거머쥘 정도로 지역 정서의 뿌리는 깊다. 그럼에도 유권자들은 여야 모두 무기력한 정치 행태에 극도의 불신감을 표출하며 대폭적인 물갈이를 갈망해왔다. 조국 혁신당의 비례대표 지지율이 높은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최근 위기 의식을 느낀 정 후보는 윤 대통령을 향해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국정 쇄신책을 요구하며 차가운 바닥 민심을 무겁게 받아들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절박한 심정으로 “전북의 아픔과 분노를 모두 껴안겠다” 며 사죄 의미로 삭발 하고 함거 유세를 이어갔다. 그러면서 “여당 한 명이라도 전북에 꼭 필요한 사람을 선택해 달라” 며 지지를 호소했다. 정부 여당에 대한 반감 때문에 그동안 그가 전북 발전에 쏟은 열정과 성과가 묻힐 지라도 그 존재감만 큼은 부인키 어렵다. 특히 야당 일색인 지역 정치 구도에서 김관영 지사와의 협치는 민선 8기 전북 현안 해결의 지렛대 역할을 해왔다. 잼버리와 새만금 예산 투쟁, 전북특별자치도 출범 등 궂은 일을 마다하지 않고 해결사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지금 후보 지지도 여론조사를 보면 그는 민주당 후보에게 오차 범위 밖으로 밀려나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첨예한 여야 신경전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정권 심판론에 대한 지지층 결집이 가속화되며 좀처럼 반등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다. 여당 일꾼이라는 인물론마저 맥을 못추면서 최대 위기에 직면해 있다. 이런 가운데 37개 시민사회단체가 정운천 지지 선언을 하고, 전북 교수 33인이 ‘묻지마 투표’ 선거 풍토 개선을 촉구하기도 했다. 선거를 통해서만 정치를 바꿀 수 있기에 유권자의 안타까운 심정이 담겨 있는 듯 하다. 김영곤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