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과 전북 홀로서기

올초 전국 200만명의 농협 조합원을 대표하는 제25대 농협중앙회장 선거가 치러지는 동안 농도 전북에서는 진풍경 하나가 펼쳐졌다. 크게 보면 백제권과 신라권 대결로 치러지던 선거과정에서 전북출신 유남영 정읍조합장은 직전 선거에서 2위를 차지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엔 완주도 못하고 중도에 낙마했다. 호남의 대표주자로 나섰으나 철썩같이 믿었던 전남광주권의 전폭지원을 얻는데 실패했고 특히 안방인 전북에서도 절대적 지지를 얻지 못했다. 중앙회장 선거 이후 자리 하나라도 차지하려고 전북의 유력한 조합장이나 전직 전북본부장 등 나름대로 득표력을 갖춘 이들이 미는 후보가 각자 다른 것도 하나의 원인이었다고 한다. 농협중앙회장 선거전은 전북에 시사하는 바가 있다. 특히 10일 제22대 총선 이후 새로운 4년을 맞게될 전북정치권이 향후 어떤 스탠스를 취해야 하는가를 한번쯤 고민해봐야할 시점이다. 이번 총선 이후 전북은 확실하게 중진급 의원들이 주축을 이루게 됐다. 전북의 난맥상을 풀어줄 것이란 기대가 이들에게 쏠리고 있다. 그런데 데자뷔(=기시감)가 있지 않은가. 노무현 전 대통령 초반기의 일이다. 이때 전북 의원들은 5선의 김원기, 김태식 의원을 필두로 4선의 정균환, 이협 의원, 3선의 장영달 의원, 재선급에 정동영 의원 등이 포진해 있었다. 전국 평균 선수가 2선인데 반해 전북은 3선대를 기록했고, 특히 그 면면을 보면 10명중 5명이 최고위원, 원내총무, 사무총장을 거친 중량감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중앙 정치권 갈등 과정에서 결국 이들은 사분오열됐고, 지역 현안을 해결하는데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했다. 과거를 반추하는 것은 동일한 우를 다시는 범하지 말자는 거다. 축배의 노래를 부르는 시점부터 민초들은 일거수일투족을 하나하나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민심이 얼마나 냉엄한지는 구태여 설명할 필요가 없다. 예전엔 전북에 잠재적 대권주자급 후보군이 가뭄에 콩나듯 한명씩 있었으나 3년후로 다가온 대선에선 전무한 실정이다. 8년후에도 케네디같이 혜성처럼 등장하는 이가 없는 한 전북 후보군을 발견하기는 쉽지않다. 유력한 대권 후보군 몇명을 중심으로 판이 전개되는 중앙정치의 속성상 활로는 결국 전북홀로서기에서 찾아야 한다. 현재 역학구도 상, 여당이든 야당이든 전북을 굳이 챙겨줄 이유는 하나도 없다. 숫자도 적고 약체인 전북의 살길은 중진급 인사를 중심으로 단합해 벌떼작전을 벌여야 한다. 그래도 중앙에선 들릴까말까할 정도다. 전북은 이미 호남의 변방이 된지 오래다. 상생을 위해 타 시도와 더 적극적인 협력은 필요하지만, 전북만의 독자적 발전방안과 나름의 정치적 자립 또한 매우 절실하다. 각 지역이 광역화를 위해 서로 힘을 합치는 것과 전북홀로서기는 서로 상충되는게 아니다. 현실에 안주하고 출세하기 위해 자기 소신을 접고 2중대, 3중대 소리를 듣는 전북 정치인이 이젠 없어야 한다. 그게 바로 이번 총선을 거치면서 드러난 전북 저변의 민심이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