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뢰인은 광고 전단지를 보고 일당 20만원 채권추심 아르바이트를 구했다. 의뢰인은 직접 대면하지 않고 문자, 카카오톡, 텔레그램 등으로 업무지시를 받았고, 지시대로 고객에게 돈을 받아 100만원씩 나눠 입금했다. 의뢰인은 보이스피싱 수거책으로 기소되었다. 의뢰인은 억울하다며 무죄를 주장하며 사건 선임을 의뢰하였다.
형사 재판의 첫 번째 관문은 범죄를 인정하는지 여부이다. 위 사건은 보이스피싱 범죄도 맞고, 누군가 지시를 받아 수거한 것도 맞다. 사실관계는 공소장과 동일하지만, 의뢰인은 이를 몰랐기 때문에 고의가 없다는 것이다.
수거책으로 기소된 피고인이 아무리 억울해 보여도, 그 조직원으로 보이지 않을지라도, 보이스피싱의 고의는 인정되고 있다. 언론 보도도 많았고, 사업주 얼굴 한번 보지 않았고, 하는 일에 비교적 돈을 많이 받으며, 그 업무도 누군가를 속여서 돈을 받아, 수십차례에 나눠 현금으로 입금한다.
수사기관과 법원이 보기에는 피고인이 엄청난 범죄라고 인식하지 못했더라도 이를 보이스피싱 수거책이라고 알지 못한 것에는 과실이 있고, 범죄임을 알 수 있었다는 의미에서 미필적 고의를 인정한다.
문제는 알바를 구한 것일 뿐인 억울한 피고인과 이에 상반되는 보이스피싱이란 고정된 사실관계와 고의를 인정하는 무수히 많은 판례에서 시작한다. 필자는 고의가 없었다는 취지로 피고인의 억울함을 토로하고 선임료를 받으면 되지만 그 결과는 강한 처벌, 즉 피고인이 교도소에 가게 될 수도 있어, 부담감에 선임을 거절하게 된다.
고액 알바에 속아 직업을 구할 상황이면 금전적 여력이 충분하지 않을 것이다. 선임료에 욕심이 나고, 피고인이 억울해 보여도, 충분히 재판 상황을 설명하고, 의뢰인에게 선임보다 피해 변제에 돈을 더 쓸 것을 권하게 된다.
간혹 형사 법정에서 무죄를 주장하는 피고인과 변호인을 보게 된다. 비록 필자는 도움을 주지 못했고, 그 결과에 대해 장담할 수 없지만, 부디 피고인이 교도소에 가지 않기만을 바라게 된다.
/최영호 법무법인 모악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