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덕 시인의 <풍경>] 4월

안성덕 作

“목련꽃 그늘 아래서 베르테르의 편질 읽노라 구름꽃 피는 언덕에서 피리를 부노라 아 멀리 떠나와 이름 없는 항구에서 배를 타노라”, ‘사월의 노래’를 흥얼거립니다. 시절이 변한 걸까요? 목련꽃은 이미 지고 없습니다.

 

망토도 안 걸친 마술사가 등장했네요. 수런수런 매화, 산수유 피었다 진 아직 황량한 세상에 숨겨두었던 가슴속 연초록 보자기를 펼칩니다. 엊그제 봄비에 짙어갑니다. 그의 콧바람에 꽃이란 꽃, 아니 꽃 아닌 꽃조차 피어납니다. 동네 어귀 젊은 까치 부부는 종종걸음입니다. 올봄엔 어느 가지에 세 들어 살까, 식구는 몇이나 늘릴까, 깍 깍 깍 의논이 깊습니다.       

 

그녀의 실크 스카프보다 보드란 실바람이 코끝을 스칩니다. 예서제서 펑펑, 팝콘 같은 벚꽃입니다. 신명 난 마술사는 이제 빨간 장미꽃을 피워내겠지요. 입에서 담쟁이덩굴을 끝도 없이 뽑아내겠지요. “사월과 오월을 내게 주면 나머지 달은 모두 네게 주겠다”는 스페인 속담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