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행자 신호등 색에 상관없이 횡단보도를 끼고 우회전 할때는 무조건 일시정지, 보행자가 없다면 서행해도 됩니다'
'우회전 일시 정지 의무화' 도입 1년이 지났지만 우회전 정지 관련 사고가 눈에 띌만큼 대폭 줄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법도입이후 사고 감소 효과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운전자들은 제도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일부 운전자들로 되레 교통체증이 심해졌다면서 불만까지 표시하고 있다.
25일 전북경찰청에 따르면 '우회전 일시 정지 의무화'가 도입된 시기를 전후한 도내 우회전 사고발생 건수는 별반 차이가 없는 것으로 집계됐다.
경찰 집계자료에서 지난해 도내 우회전 사고 발생 건수는 515건이었는데, 전년도 502건과 비슷했다. 2021년도에는 537건의 우회전 사고가 난것으로 집계됐다.
또 단속이 시작된 지난해 4월 22일부터 약 8개월간 전북지역에서 345건의 우회전 사고로 5명이 숨져 법 실효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기까지 하다.
여기에다. 복잡하고 홍보가 미흡한 규정으로 인해 혼란을 겪는 운전자들로 인해 불필요한 교통체증이 발생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주시 금암동에 거주하고 있는 김승현 씨(32)는 "횡단보도에 사람도 없는데 멈춰있는 차를 보면 울화통이 터진다"며 "출퇴근 시간에 유난히 그런 차량들이 많아서 급하게 차선을 바꾸고 돌아간 경험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12월 시민 6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경기연구원 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회전 관련 규정 도입 문제점으로 '잦은 법령개정에 따른 운전자 혼란'이 35.8%로 가장 높게 나타났고 '불필요한 교통체증 유발'이 21.3%로 나타났다.
또 운전자 75.3%는 우회전 일시 정지 중 뒤차량에게 경적 소리, 헤드라이트 위협 등 보복성 행동을 당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운전자 78.3%는 일시 정지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에서 앞 차량의 일시 정지로 인해 답답함을 느낀 경험이 있었고, 65.3%는 우회전 중 갑자기 나타난 보행자로 인해 당황한 경험이 있었다고 응답했다. 이는 우회전 통행 과정에서 운전자들의 불안과 스트레스가 심화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지표다.
심지어 운전자들의 40.3%가 우회전 통행 방법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응답했지만 정확한 우회전 방법을 알고 있는 운전자는 0.3%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전문가들은 우회전 관련 규정에 대한 복잡한 홍보가 혼란을 가중시켰다는 입장이다.
박경철 경기연구원 모빌리티연구실 선임연구위원은 "일시 정지가 사고 예방의 만병통치약은 아니지만 지켜진다면 발생할 수 있는 많은 사고를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며 "직관적이지 못하고 복잡한 홍보가 운전자들의 혼란을 키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회전 시 운전자들의 형식적인 일시 정지가 아닌 무조건 서행하는 안전한 교통문화가 정착되길 바란다"며 "우회전 일시 정지 의무화와 더불어 운전자와 보행자의 안전을 위해 앞으로는 중첩된 횡단보도 개선과 교통섬 제거 등이 필요할 것"이라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