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즈음, 이탈리아 베네치아 선착장과 바다 위에서 시위하는 주민들의 사진과 기사가 쏟아졌다. 베네치아에 입항하는 크루즈 선박을 막아서는 시위였다. 주민들은 피켓과 깃발을 흔들며 크루즈에 탄 관광객들을 향해 ‘우리는 당신을 환영하지 않는다’고 외쳤다. 세계적 관광도시가 된 베네치아에 관광객들을 들어오지 말라고 막아서는 이 낯선 풍경은 금세 화제가 됐다. 해마다 2천만 명이 넘는 관광객의 도시 베네치아에 무슨 일이 생겼던 것일까.
베네치아가 세계문화유산이 된 것은 1987년이다. 유네스코는 그해, 120여 개 섬으로 이뤄진 베네치아의 역사와 문화적 가치를 인정해 도시 전체를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했다. 덕분에 아름다운 도시로 이름을 알리고 있던 베네치아는 이후 얼마 되지 않아 세계적인 관광도시가 됐다. 관광자본을 끌어들인 도시는 팽창했으나 상업적 관광을 앞세운 난개발이 더해지면서 위기에 처했다. 한계를 넘어선 과잉관광(오버투어리즘)이 시작되면서 온갖 폐해가 도시를 위협했다. 환경은 훼손되고, 몰려온 관광객들로 일상적인 삶을 빼앗긴 오래된 상점과 주민들은 떠났다. 인구 30만 명의 도시 베네치아는 인구 5만 명 도시로 전락하고 말았다. 도시가 관광객들에 의해 파괴되는 것을 더는 방치할 수 없었던 주민들이 도시를 지키기 위해 나선 이유였다. 주민들의 시위가 이어지자 이탈리아 정부와 자치단체도 크루즈와 같은 대형 선박 출입을 금지하고 베네치아 일일 입장 관광객 수를 조절하는 등 비상조치를 내놓았다.
지난해에는 유네스코가 ‘기후 변화와 과도한 개발, 많은 관광객 영향으로 유산의 문화적 가치를 위협받고 있으나 문화유산을 보호하려는 노력이 부족하다’며 베네치아를 ‘위험에 처한 세계문화유산 목록’ 등재를 권고하기도 했다. ‘위험에 처한 세계문화유산목록’은 유네스코가 문화유산으로 지정했으나 보호 대책과 관리 소홀로 훼손 위기에 처한 유산을 특별히 관리하기 위해 만드는 명단이다. 다행히 위험목록 등재는 면했으나 베네치아의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위기에 놓여있는 베네치아가 도시를 지키기 위해 다시 새로운 제도를 만들었다. 몰려오는 관광객들로 환경 파괴는 물론, 도시는 혼잡해지고 부동산 가격이 오르면서 주민들의 이주가 이어지자 고육지책으로 만들어낸 도시 입장료다. 지난 4월 25일부터 시행되고 있는 이 제도는 7월 말까지 한시적으로 공휴일과 주말 당일치기 관광객에게만 부과하는 제한적 방식이다. 도시를 찾는 관광객들에게 도시 입장료를 받는 것은 베네치아가 처음이다.
많은 도시가 베네치아의 실험을 주목하고 있는 모양이다. 세계적 관광도시들이 처한 현실이 크게 다르지 않으니 당연한 일이겠다./김은정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