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특별자치도 교육청, 지역경제 활성화 역행”논란

5억 원 이상 설계용역, 지역업체에 불리한 조달발주 채택으로 지역자재 사용 제한 등 지역경제 막대한 타격 우려
도교육청, 시설공사에 지역자재 우선 사용, 지역업체 참여 49% 이상 의무화...다만 건축설계 공모 운영지침 변경 때문

출처=클립아트코리아

전북특별자치도 교육청이 일부 건축설계용역을 다른 시도 교육청과는 달리 지역업체가 입찰에 참가하기 불리한 조달청 발주 의뢰 방식을 채택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관련 운영지침을 준수했기 때문에 문제없다는 입장이지만 외지업체가 대형 설계용역을 독차지할뿐 아니라 시설공사에서도 지역자재 사용이 제한되는 경우가 많아 지역경제 활성화에 막대한 지장을 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도내 설계용역 업계에 따르면 수년 째 건설경기가 최악의 상태로 치달으면서 다른 시도 교육청의 경우 조달청에 발주를 의뢰하는 대신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10억 원이 넘는 대형 설계용역의 경우도 지역업체들의 입찰참여 확대와 낙찰에 유리한 자체발주를 선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사위원 40%가 지역위원으로 구성되는 자체발주와는 달리 조달발주는 지역가점이 적용되지 않을 뿐 아니라 심사위원이 전국에서 구성되기 때문에 지역업체가 당선작으로 선정되기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는 게 관련업계의 설명이다.

특히 설계용역을 외지 대형업체가 수주할 경우 설계비의 20배가 넘는 시설공사에서 지역자재 사용이 반영되기 힘든데다 수천 만 원에 달하는 설계비용 부담과 함께 발주처와의 협의단계에서도 마찰이 자주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전국 시도 교육청들이 지역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대형 설계용역을 자체 발주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서울시 서부교육지원청은 지난 해 11월 22억 1500만 원이 넘는 서울북가좌초 그린스마트 설계용역을 자체 발주했고, 충북교육청도 지난 해 12월 18여 억 원 규모의 (가칭)내곡3초등학교 신축공사의 설계를 자체 발주하는 등 전국 17개 시 도교육청 가운데 11곳이 10억 원이 훌쩍 넘는 설계용역도 자제발주를 채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전북의 경우 지난 1월 5억 2000여만 원 규모의 학생안전체험관 건립사업 설계용역을 조달청에 발주 의뢰했고, 10억 6800여만 원 규모의 전주 화산초 그린스마트스쿨 증축공사 설계 용역도 조달청에 맡기는 등 지난 2022년 이후 5억 원 이상의 설계 용역 대부분을 조달발주했다.

이 같은 배경에는 건축설계 공모 운영지침의 평가방식이 채점제에서 투표제로 변경됐기 때문이다.

전북교육청의 경우 지난 2014년부터 설계 공모를 시작해 그동안은 자체발주를 통해 지역업체 가점을 부여해 왔지만 지난 2021년 말 지역업체 가점이 불가한 투표제로 지침이 바뀌면서 지난 2022년부터 53건의 설계 용역 가운데 41건은 자체 발주했지만 5억 이상인 12건을 조달발주한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조달청에 발주의뢰가 무한경쟁을 통해 견실한 업체를 선정한다는 취지에는 부합하는 게 사실이지만 수년간 자체발주해 왔고 다른 시도에서도 자체발주를 선호하는 등 법적인 문제가 없는 상황인 만큼 지역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설계부터 감리, 시공까지 지역업체 참여가 확대될 수 있도록 발주방법을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북건축사회도 공문을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건축 설계용역 발주방법 개선을 전북교육청에 촉구했다.

이성열 전북특자도건축사협회장은 공문을 통해 “건설관련 업체들이 외지 대형업체들의 시장잠식에 물가인상과 경기 침체로 사상 유례없는 위기를 맞으면서 최근 전북도에서도 건설업 관계기관 간담회 등을 통해 지역업체 수주확대를 위한 제도 개선과 지역업체 우대 규정 마련을 중앙부처에 건의하는 등 건설경기 부양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지역현실에 맞게 도교육청도 지역업체 참여 확대를 위해 발주방법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전북특자도교육청 관계자는 “100억 원 미만의 시설공사는 지역업체 제한 경쟁을 실시하고 100억 원 이상의 공사도 지역업체 참여 49% 이상을 의무화할 뿐아니라 지역자재를 우선사용하게 하는 등 지역경제 활성화에 노력하고 있다”며 “다만 설계용역의 경우 관련 지침이 바뀌면서 어쩔 수 없이 5억 이상의 용역을 조달발주하게 됐다. 설계공모 전담팀을 운영하고 있는 다른 시도의 경우를 참고해 지역업체 참여를 확대하기 위해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