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를 만드는 것은 사람"⋯리더스 아카데미 7강 신정일 문화사학자

지난 7일 정여립과 대동세상을 주제로 강연
"혁신 사상 가진 정여립, 대동사상 널리 알려야"

지난 7일 전북일보사 2층 우석대 공자아카데미 중국문화관 화하관에서 열린 전북일보 리더스 아카데미 제11기 1학기 7강에서 신정일 문화사학자가 '정여립과 대동세상'을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조현욱 기자

"로마의 정치가인 키케로는 모든 장소에 역사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어디를 걷든지 역사의 유적 위에 발을 디디는 것과 같다는 말입니다. 우리는 지금 역사의 유적 위에 서 있는 것입니다."

7일 오후 7시 전북일보사 2층 우석대 공자아카데미 중국문화관 화하관에서 전북일보 리더스 아카데미 11기 원우를 대상으로 '정여립과 대동세상'에 대해 강연한 신정일 문화사학자는 "역사는 사람들이 만드는 것이다. 역사를 만드는 것도, 훼손하는 것도 사람이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한 근거로 어느 교수와 '정여립' 동상 건립을 두고 나눈 대화를 들었다. 정여립 사건은 역모 사건이니 조금 더 검토한 뒤 동상을 세우자는 이 교수에게 그는 "지금 조선시대에 살고 있느냐, 대한민국에 살고 있느냐"고 질타했다고 한다.

신 문화사학자는 김개남·김덕명·손화중·전봉준·최경선 등 동학농민혁명 당시 반역자로 죽임을 당한 지도자들을 예로 들어 반문했다. 

그는 "당시에는 반역자였지만 오늘 이 시점에선 혁명가가 아닌가. 지금은 서울의 한복판인 종로에 전봉준 동상이 들어서고 김개남·손화중 비석이 세워진 지도 오래다. 왜 정여립만 이중잣대를 가지고 보느냐, 그렇게 본다면 다산 정약용 선생도 당시 역적이지 않았겠느냐고 물었더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고 했다.

결국 지금의 정여립에 대한 편견도 사람이 만들었다는 것이다. 1980년대 동학에 관심을 가졌던 신 문화사학자는 1995년에 동학 관련 책을 출간하고 이후부터 정여립 사건에 대해 공부했다.

그가 바라본 정여립은 세계 최초의 공화주의자다. 영국의 군인·정치가였던 올리버 크롬웰이 현대 영국 정부를 세우는 데 큰 역할을 한 인물이지만 그보다 앞서 있던 것이 정여립이라는 것이다.

그는 "영국의 혁명가인 올리버 크롬웰보다 60년 앞서 세계 최초의 공화주의를 주장한 사람이 정여립이다. 그러면 정여립이 세계 최초의 공화주의자라고 할 수 있지 않느냐"면서 "정여립은 '천하는 공물인데 어찌 일정한 주인이 있으랴. 임금 한 사람이 주인이 될 수는 없으며 누구든 섬기면 임금이 아니겠느냐'는 혁신적인 사상을 가지고 있었다"고 밝혔다.

시대를 앞서 평등·자유 등 대동사회를 염원하려는 뜻을 펼친 정여립이다. 그의 대동사상은 허균의 호민론, 정약용의 탕무혁명론까지 면면히 이어졌고 근현대사의 출발점인 동학농민혁명으로 분출됐다.

신 문화사학자는 "조선왕조의 본향이었고 대동사상이 잉태된 전주에 정언신로와 정여립로가 만들어졌다. 역사 스페셜 등 많은 방송 프로그램이 만들어져 새롭게 재조명되고 있다. 정여립의 대동사상을 기념해야 한다"면서 "특히 개인 이기주의와 집단 이기주의가 판을 치는 이 세상을 위해 대동사상을 널리 알리고 실천해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한편 신 문화사학자는 전주 혁신도시 도로를 정여립로로 명명하고 완주군 상관면에 정여립 공원을 조성하는 데 앞장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