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국제영화제 인터뷰] "행운을 의미하는 '럭키'로 소수자들 바라는 이상향 표현하고 싶어"

전주시네마프로젝트에 강유가람 감독 영화 <럭키, 아파트> 초청

영화<럭키, 아파트> 스틸컷/사진=전주국제영화제 제공

혐오라는 외딴섬에 떨어진 소수자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스토리텔러, 강유가람 감독(45·서울)이 올해 전주국제영화제를 찾았다.

제25회 전주국제영화제 전주시네마프로젝트에 감독의 영화 <럭키, 아파트>가 초청됐기 때문이다.

그런 그를 지난 3일 전주 객사 인근 카페에서 마주했다.

강유가람 감독

“주로 다큐멘터리 영화 작업을 해오던 제가 처음으로 도전해 본 장편 극 영화가 운이 좋게도, 지난해 전주시네마프로젝트로 선정돼 많은 관람객분들의 관심 속에서 최초로 선보여질 수 있어 감개무량할 따름입니다.”

이날 감독은 인터뷰 시작에 앞서 남다른 소회를 전했다.

영화 <럭키, 아파트>는 안정된 주거 환경을 꿈꾸던 9년 차 레즈비언 커플 선우와 희서가 영혼까지 끌어모아 장만한 작은 아파트에 초대받지 못한 불청객 ‘악취’가 찾아오며 시작된다.

‘악취’의 근원은 선우와 희서의 아래층인 1310호에 살고 있던 화분 할머니의 죽음이었다. 

날이 갈수록 지독해지는 1310호의 악취는 서서히 소리 없이 선우를 괴롭힌다.

빠른 문제해결을 위해 두 손을 걷어붙인 선우였지만, 1310호 할머니의 유품 등을 통해 자신을 겹쳐 보게 된 선우는 할머니의 장례와 유품 정리에 관심을 가졌지만, 대부분의 아파트 주민들은 이를 오지랖이라 하며, 아파트 집값을 떨어뜨린다는 명목으로 선우와 희서를 몰아붙이며 혐오의 시선을 전한다.

영화<럭키, 아파트> 스틸컷/사진=전주국제영화제 제공

이처럼 두 주인공에게 ‘언’럭키한 상황이 계속되는 이번 영화의 제목에 대해 의문을 가진 기자의 질문에 감독은 ‘주인공이 바라는 이상향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답했다.

그는 ”주인공들은 사실 럭키함을 바라고 1410호에 입주했을 것이고, 심지어 1310호 할머니도 행복하길 바라며 그 집을 샀을 거라 생각된다“며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는 것을 대비시켜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일반적으로 아파트란 공간은 안정을 바라고 들어가는 곳으로 그 공간에서 나의 정체성을 감추면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지만, 어떤 방식으로든 남들과 다른 정체성이 노출된 이후에도 안전한 공간인지에 대한 문제의식도 조금 표현된 것 같다”라며 “행운을 의미하는 ‘럭키’를 통해, 아파트란 공간이 이들에게 행운이 될 수 있을까 고민하는 과정이 영화로 드러나길 바랐다”고 덧붙였다.

강유가람 감독은 작품 속 사건의 촉매제를 ‘냄새’로 선정해, 이야기를 전개해 나간다.

영화<럭키, 아파트> 스틸컷/사진=전주국제영화제 제공

그와 동시에 성차별, 고독사 등 우리 사회에서 대두되고 있는 사회적 문제와 혐오로 영화를 채웠다.

감독은 “영화에서 나온 1310호의 악취는 실제 제 지인의 일화를 녹여낸 것”이라며 “지인의 경험담을 듣고 이것을 활용한 이야기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하며 영화의 모티브를 밝혔다.

이어 그는 “저 스스로도 후각이 예민하기도 하고, 냄새라는 감각이 제일 쉽게 상대에게 혐오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을 감각이라 생각해 작품 속 전개 도구로 ‘냄새’에 집중해 이야기를 풀어봤다”고 설명했다.

이번 영화까지 총 7편의 작품을 제작하며, 10여 년 동안 사회적 약자와 여성을 조명하고 있는 그는 이 모든 흐름을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전개’라고 말한다.

끝으로 “처음 영화를 제작할 때부터 남다른 사명감이나, 대단한 포부는 없었다. 대학 시절부터 여성주의 페미니즘을 접하며, 당연히 여성이기에 느껴왔던 것들에 대해 생각하고 공부하다 보니, 작품들에 자연스럽게 녹여진 것 같다”며 “앞으로도 제가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담아낸 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기회에 감사하며,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싶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