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나면 누구 책임?...수백명씩 투입되는 공권력

전북대 축제 당시 경찰·소방 인력 매일 300명 가량 투입
사라진 수익자부담원칙, 수천만원 비용 발생 모두 세금 충당
치안유지 위해 필요하다 VS 인력 낭비다
"인력 투입의 정확한 기준 마련 필요"

 
지난 9일 전북대학교 대동제에서 많은 학생들이 축제를 즐기고 있다/사진=김경수 기자

"사고 나면 누가 어떻게 책임질지 모르니 일단 최대한 다 투입되는 거죠", "예방조치도 있지만 책임 피하기 싸움이에요."

전북경찰청 소속 A경감은 최근 전북에서 개최되고 있는 대학축제 등에 투입되는 경찰·소방력에 대해 이같이 토로했다.

A경감은 "3일 연속 대학교 축제 현장에 팀원들과 함께 나가 안전사고 예방활동을 벌이고 있다"며 "이태원 참사가 발생하기 전에는 민간이 주도하는 행사는 모두 수익자부담원칙으로 안전사고에 대비했지만, 이후에는 경찰 등 공무원들에게도 책임소재가 발생하자 각종 행사에 최대한의 인력을 배치하고 있고, 지난해에도 이 같은 인력투입으로 수당지급 불가사태가 왔었는데 예산은 늘어나지 않은 채 업무는 더욱 많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5월 행락철을 맞아 연달아 축제 및 행사가 열리고 있는 가운데, 경찰·소방 등의 인력이 대거 투입되는 모습이다.

이태원 참사 이후 안전사고에 대한 책임소재가 불분명해지면서 발생하는 모습인데, 치안유지를 위해 필요하다는 의견과 인력 및 예산낭비라는 지적이 갈리고 있다.

지난 9일 오후 9시 전북대학교 대운동장은 축제를 즐기기 위한 인파로 북적였다. 학생들은 공연을 보기 위해 난간에 매달린 학생부터 배달 음식과 함께 술을 마시는 등 모두 저마다의 방법으로 축제를 즐기고 있었다. 운동장 인근 및 캠퍼스에는 경찰 7∼8명이 한 팀으로 전북대학교 캠퍼스 이곳 저곳을 순찰했다. 공연이 열리는 대운동장을 제외하고는 오히려 학생보다 경찰이 더 많은 모습이었다.

전북경찰청과 전북소방본부는 지난 8일부터 개최된 전북대학교 대동제에 매일 약 300명 가량의 인력을 투입했다.

경찰은 인파관리 및 교통관리라는 임무를 가지고 매일 기동대 200명 가량을 투입했다. 소방도 축제 기간 전주덕진소방서에서 차량 12대, 소방력 107명을 매일 투입했다. 이들은 대부분 일과시간을 마무리한 후 추가 수당을 투입해 동원된 인력이다. 경찰의 경우 경위 기준 시간당 1만 1000원 가량의 비용이 발생하며, 소방은 소방위 기준 시간당 1만 2900원의 비용이 발생한다. 인력과 비용을 대조해보면 오후 6시부터 축제 공연이 마무리되는 오후 12시까지 매일 6시간으로 계산할 경우 경찰은 약 1320만 원, 소방은 약 828만 원의 비용이 발생했다.

수익자부담원칙에 따르면 경찰은 치안 및 공공질서 유지, 국가체제 수호 등의 역할만 하며, 수혜자가 한정적인 경비 및 경호는 수요자가 비용을 전부 부담해 민간경비원을 사용해야 한다.

대학축제는 학교 총학생회가 주최하고 소속 학생이라는 수혜자가 한정적인 행사이지만, 투입된 경찰과 소방의 수당 등은 모두 세금으로 지급된다.

이태원 참사 이후 월드컵·올림픽 등 국가가 주최하는 행사 외에서 경찰과 소방의 책임이 강조되면서 이 같은 상황은 반복될 전망이다.

경찰 관계자는 "대학축제 등 행사에 대해서는 안전사고 대비를 위해 경력을 투입함과 동시에 주최 측에 수익자부담원칙에 의해 비용지원 및 경비업체 도입의 필요성에 대한 행정지도도 함께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는 안전사고 대비를 위한 인력 투입에 정확한 기준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전주대학교 경찰학과 박종승 교수는 "이태원 참사 이후 안전사고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면서 이러한 일들이 발생하고 있다"며 "축제 경비 등을 위해 경찰들이 다수 투입될 경우 해당 시간에 다른 사건이 발생하면 대응이 늦어질 수밖에 없다. 대학축제는 수익자부담원칙에 의해 주최측이 경비업체를 고용하고 경찰은 기본적인 인력만을 투입해 순찰을 돌고 혹시라도 긴박한 상황이 발생하면 더 많은 인력이 투입되는 것이 원칙이다. 공권력 투입의 정확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