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아침을 여는 시] 거울이 못하는 것-김금남

항상 나와 함께 다니며 내가 하는 대로 따라 해요

 

내가 화내면 따라서 화내고

 

내가 매~롱 하면 함께 혀 내밀고 매~롱 하며 약 올려요

 

그런데

내가 큰소리로 하 하 하 웃으면

거울은

입만 크게 벌리고 소리는 못 내요

 

거울이 따라 못 하는 것 또 있어요

 

내 마음속에 감춰둔 생각들은 따라서 하지 못해요

 

△ 시인의 곱고 순수한 열정과, 천진한 순화의 과정과, 해맑은 마음을 곱게 쓴 동시가 나를 불렀다. 말을 건넨다. 아름다운 봄꽃들이 유혹하는 순간부터 동심으로 돌아간다. 거울 앞에 진달래꽃 한 송이를 놓았다. 온 방 안이 진달래꽃으로 물들었다. 거울 속 꽃과 한데 어우러진 봄꽃의 향기가 참 좋다. <거울이 못하는 것>에서 분노의 싹이 사그라들었다. “내 마음속에 감춰둔 생각들은 따라서 하지 못해요”라지만 꽁꽁 묶어둔 미운 생각도 거울이 등을 다독이며 위로해 주었으면 어떠리./ 이소애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