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대학교 김근배 자연대 과학학과 교수와 연구진들이 <대한민국 과학자의 탄생>(세로북스)을 펴냈다.
일제강점기부터 해방 후까지 우리나라 과학의 토대를 만든 근현대 과학자들을 본격 조명한 책으로 김근배 교수팀 연구진이 15년에 걸쳐 완성했다.
총 6권으로 기획된 <한국 과학기술 인물열전> 시리즈의 첫 성과물로 역사 속에 묻혀 있던 근현대 한국 과학기술인을 발굴해 그들의 삶과 자취를 추적한다.
그동안 근현대 한국 과학기술인에 대한 연구는 부족했다. 더욱이 이 시기 인물의 삶은 친일과 독립운동, 좌파와 우파라는 정치사적 관점에서만 주로 논의되어왔다.
책을 통해 발굴된 근현대 과학기술인은 모두 30명.
한국의 첫 화학자로 조선물산장려운동의 일환으로 만년필용 모란잉크를 개발한 리용규(1881~미상), 세계 최초로 비타민 E 결정체 추출에 성공해 한국인 처음으로 노벨상 후보로 거론된 김량하(1901~미상), 식민지 여성이라는 이중차별을 극복하고 한국 여성 최초로 농학박사 학위를 받아 느타리버섯 인공재배에 성공한 김삼순(1909~2001)에 이르기까지 근현대 과학인들의 탁월한 업적이 감동적인 서사로 적혀 있다.
이 밖에도 두만강 유역의 모래에서 다이아몬드 원석을 발견해 동아시아에는 다이아몬드가 없다는 통념을 뒤집은 지질학자 박동길, 일본에 양자화학을 처음 도입한 세계적인 화학자 이태규, 한국인 집단 유전학 연구로 일찍이 《네이처》와 《사이언스》에 논문을 발표한 강영선 등 일제강점기와 해방 이후에 활동한 한국의 선구적인 과학자들을 만날 수 있다.
특히 책에서 언급되는 30인의 과학자 중 지역과 인연을 두고 있는 과학자 3명도 조명되고 있는 눈길을 끈다.
전주사범학교 교사로 근무하며 학생들을 뛰어난 생물학자로 양성한 입지전적인 어류생태학자 최기철(서울대)과 군산 태생으로 군산고를 졸업하고 460여편의 논문을 발표한 논문왕 수학자 박세희(서울대), 전주 북중과 전주고를 나와 서울대를 전체 수석으로 졸업하고 노벨과학상 후보로 거론된 바 있는 화학자 심상철(카이스트) 등에 대한 정보가 수록되어 있다.
집필에는 전북대 김근배 교수와 공동 편저자인 이은경, 선유정 교수를 비롯해서 근현대 시기를 연구하는 10여명의 과학사학자가 참여했다. 미생물학, 생물학, 물리학, 화학 등 학부 전공이 각기 다른 저자들은 논문, 저서, 기고와 기사, 회고록, 정부 문건 등 다양한 자료를 검토하고 있다.
다채로운 자료와 사진 덕분에 인물의 활동과 시대상을 생생하게 다가오며, 책을 읽는 재미가 배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