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사랑은 서글프다. 화답 없는 구애, 일방적 사랑은 대부분 허망한 결말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제22대 국회 개원을 앞둔 5월, 정치권은 다시 짝사랑의 계절이다. 4월 총선 전과는 양상이 완전히 다르다. 주체와 대상이 바뀌었다. 선거 과정에서는 후보들의 민심 구애 경쟁이 치열했고, 이 중 당선인 한 명을 제외한 다수의 낙선자는 유권자를 향한 짝사랑의 허무한 결과를 받아들여야 했다. 애초부터 콘크리트 벽처럼 움직이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끊임없이 두드리다 철옹성을 새삼 확인하고 절망한 안타까운 짝사랑도 있었다.
그리고 이제 당선인들을 향한 지자체와 유권자들의 구애 경쟁이 시작됐다. 특히 전북처럼 지역구 의원 수가 적은 곳에서는 지자체가 나서 지역 출신 등 연고자 찾기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 당선인은 물론 배우자의 연고지까지 따진다. 지역 현안 관련 법안 처리와 국가예산 확보를 위해 기댈 곳, 비빌 언덕이 필요해서다. 그렇게 조금이라도 인연이 있으면 바짓가랑이라도 잡고 매달릴 기세다. 큰 꿈을 가진 정치인들은 이 같은 이해관계를 적절히 활용하기도 한다.
오는 30일 개원하는 제22대 국회 전반기 의장 자리를 놓고 최근 실시된 더불어민주당 후보 경선에서 경합을 벌인 우원식 의원과 추미애 당선인도 전북과 연고가 있다. 당선인들을 상대로 득표전에 나선 두 사람은 지난 10일 여의도에서 열린 전북 국회의원 당선인 간담회에 찾아와 전북과의 인연을 내세우며 전북 발전에 힘을 쏟겠다고 약속했다. 대선에 도전장을 내기도 했던 6선의 추미애 당선인은 ‘대구의 딸, 호남(전북)의 며느리’임을 강조해 왔고, 우원식 의원은 명예 전북도민이다. 우 의원은 지난 2021년 전북 서남권 해상풍력 발전사업 추진에 기여한 공로로 명예도민증을 받았다. 스스로 명예 전북도민임을 내세운 차기 입법부 수장에게 거는 지역사회의 기대가 적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가 손을 내민 곳이 어디 전북뿐이겠는가.
전북특별자치도는 국가예산 확보와 지역 현안 해결을 위해 해마다 정기적으로 국회의원들을 초청해 예산정책협의회를 갖고 협조를 요청해 왔다. 지역구 의원뿐 아니라 전북과 연고가 있는 의원들도 따로 초청해 도움을 구했다. 선거철 유권자들에 대한 정치인의 구애는 그 결과를 곧바로 알 수 있다. 하지만 선거 후 중앙정치권을 대상으로 한 지역사회의 절박한 구애는 그 성과나 인과관계를 쉽게 파악할 수 없다.
지방소멸 위기의 시대, 산적한 현안을 풀어야 하는 지자체의 눈길이 올해도 일찌감치 중앙부처와 여의도로 향하고 있다. 지자체장들은 벌써부터 내년 예산 확보를 위해 중앙부처를 돌며 발품행정을 펼치고 있다. 이들의 발걸음은 다시 여의도로 향하게 될 것이다. 사실 중앙정부와 정치권을 향한 지자체의 구애는 아픈 추억조차 남지 않는 짝사랑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았다. 그걸 알면서도 20대 청춘처럼 그만둘 수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
/ 김종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