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아침을 여는 시] 살구꽃 이야기-곽진구

살구꽃이 활짝 핀 살구나무에서

새가 사납게 짖어댄다

 

도둑이라도 드는 걸까

이 집주인의 전(前)남편이라도 다녀간 걸까

 

꽃이 웃고 딸꾹질 한 번 하고,

꽃이 웃고 딸꾹질 한 번 하고

 

생각건대 이 동네 터줏대감인 직박구리는

아마도 사흘은

계속 짖어댈 것이다

 

살구꽃 속에

살구가 다녀가는 걸

새는 알아차린 것이다.

 

△ 읽을수록 가슴에서 훈훈한 이야기꽃이 핀다. 재밌어서 시가 자꾸만 나를 살구나무로 끌고 간다. 한 편의 시로 하루를 꽃 그림 속으로 여행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금방 직박구리가 짖어대더니 살구나무 꽃잎이 흩날리며 봄날은 간다라고 노래 부른다. “딸꾹질”하던 꽃잎이 빙그르르 춤을 추다가 봄 마당 꽃그늘에 돗자리를 편다. 살구꽃과 새와의 밀월관계가 참 달콤하다. 터줏대감이 아닌 내가 살구나무 그늘에서 봄을 시로 엮는다면 살구는 노랗게 익어갈 것이다./ 이소애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