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뢰인은 친구의 6개월만 쓰고 주겠다는 말을 믿고 5000만원을 빌려주었다. 친구는 주식회사 법인의 대표이사로 사업 목적으로 빌려주었는데, 돈은 친구의 처 계좌에 입금하였다. 의뢰인은 1년이 지난 현재 돈을 받지 못하였다. 의뢰인은 친구, 처, 주식회사 중 누구에게 돈을 받을 수 있는지 물어왔다.
위 경우 회사의 사업 목적으로 회사의 대표자에게 빌려준 것이니 회사로부터 돈을 받아야 한다. 아니면 친구 개인에게 돈을 빌려준 것이니 친구에게 돈을 받아야 한다. 또 친구 부인 명의 통장에 돈을 입금했으니 친구 부인으로부터 돈을 받아야 한다고 얘기할 수 있다.
대법원은 “당사자들의 의사가 일치하는 경우에는 그 의사에 따라 계약의 당사자를 확정”, 일치하지 않는다면 “의사표시 상대방의 관점에서 합리적인 사람이라면 누구를 계약의 당사자로 이해하였을 것인지를 기준으로 판단”한다고 한다.
정답은 없지만, 보통 계좌명의자와 얘길 나누지 않았다면, 단순히 통장 명의만 빌려주어 사용한 것으로 당사자가 아닌 것으로 본다. 그리고 친구가 회사의 대표로서 회사 사업 목적임을 명확히 밝히고 이를 차용했다면 회사가, 용도가 불분명한 채 개인에게 빌려준 것이라면 친구가 당사자가 될 것이다.
그런데 현실은 누가 돈을 갚을 능력이 되는지 자력을 기준으로 판단하게 된다. 사적인 관계로 먼저 금전 대여를 요구한 친구를 당사자로 해야 하지만 돈을 못 갚는 친구 사정이야 뻔하기에 법인에 자력이 있는지, 법인도 자력이 없다면 친구의 처에게 자력이 있는지 검토해서 소송을 제기하게 된다.
당연히 통장만 빌려준 친구의 처가 당사자가 되긴 쉽지 않다. 이 경우 친구의 처를 알거나, 돈을 빌려줄 당시 같이 봤거나, 친구의 처가 직접 자신의 통장으로 입금하라고 했다는 등의 사실관계와 주장이 추가되어야 한다.
돈을 빌려주고 돈을 받는 것이 쉬울 것 같지만 차용증도 없고, 당시 상황에 대한 명확한 증거가 없다면 누구에게 돈을 받을 수 있는지 확인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 된다.
/최영호 법무법인 모악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