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농업 지키기, 소비자의 연대가 필요하다.

이효진 (사)세상을바꾸는밥상

“농사지어서는 먹고 살 수가 없으니까”

필자의 지인 중에 농사 기술이 매우 뛰어난 청년이 있다. 초등학교 때부터 경운기 운전을 했다는 이 청년은 농기계를 잘 다루고, 농작물에 대한 지식도 풍부하다. 부모님이 농지를 승계받을 수도 있고, 무엇보다 농사짓는 행위를 매우 좋아한다. 농사는 이런 친구가 지어야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 만큼 농사라는 직업이 잘 어울리는 청년이다. 그런데 이 청년은 현재 다른 일자리를 구하고 있다. 그 이유를 물었더니 아무리 계산을 해봐도 농사를 지어서는 먹고 살 수 없다는 게 그의 답변이다. 

지난 24일 통계청이 배포한 ‘2023년 농가 및 어가 경제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농가소득은 5000만8000원으로 전년보다 467만5000원(10.1%) 증가했다고 한다. 언뜻 보면, 농가소득이 증가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농가소득이란 농가에서 1년간 벌어들인 모든 소득으로, 농사만으로 얻는 ‘농업소득’뿐 아니라 겸업·이자 수입 등을 통한 ‘농외소득’, 직불금·기초연금 등 보조금에 의한 ‘이전소득’, 경조금 등 비정기적으로 발생하는 ‘비경상소득’이 포함된다. 실제로 전년도 농가 소득 중 농업소득은 1114만3000원에 불과했다. 더 큰 문제는 농가 부채는 더 큰 폭으로 증가했다는 점이다. 농가 평균 부채는 4158만1000원으로 전년 대비 655만9000원(18.7%)이나 상승했다. 결과적으로 농가 자산은 6억 804만3000원으로 전년 대비 842만4000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농민은 삼중고를 겪는다고 한다. 첫 번째 고통은 생산의 어려움이다. 기후 위기로 농업 생산의 불확실성이 높아져서 베테랑 농사꾼도 안정적인 품목과 생산량을 담보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 두 번째 고통은 생산비 증가이다. 전 세계적인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라 농업 생산에 필요한 농자재값도 지속적으로 올라 농산물 생산 비용이 크게 증가했다. 세 번째 고통은 농산물 가격 불안이다. 복잡한 유통 단계로 농산물 가격의 불확실성이 높아졌고, 농가의 수취 가격이 매우 낮아졌다. 이런 환경 탓에 아무리 뛰어난 농사꾼도 버텨내기가 쉽지 않은 형국이다.

농업은 국민의 먹을거리를 생산하는 가장 근간이 되는 산업으로,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담보하는 일이다. 그런데 농민의 숫자는 점점 줄어 전체 인구의 5%에도 미치지 못하고, 곡물 자급률은 20% 이하로, OECD 회원국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제 농업은 농민 만의 문제가 아닌 국민 모두의 문제로 인식하고,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다. 

생산자와 소비자의 연대로 농업을 지키는 실천 운동의 하나가 ‘로컬푸드’ 이다. 로컬푸드란 지역에서 생산된 먹거리가 장거리 수송과 다단계 유통과정을 거치지 않고, 그 지역에서 소비됨을 의미한다. 로컬푸드는 생산자와 소비자의 관계를 회복함으로써 기존 농산물 유통 구조의 폐해 극복하고자 하는 실천의 시작이다. 생산자에게는 정당한 몫을, 소비자에게는 안전한 먹거리를 공정한 가격에 제공하는 것이 로컬푸드의 핵심 가치이다. 

로컬푸드를 자주 이용하는 지인은 본인이 10년째 로컬푸드 단골이라면서 자랑스럽게 자신의 소비를 이야기하고 있었다. 이러한 실천을 자랑스러워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농업을 지켜내는 연대가 튼튼해지길 바란다. 농민이 농사지으며 안정된 삶을 보장받을 수 있어야, 우리의 먹거리 미래도 보장받을 수 있다. 

/이효진 (사)세상을바꾸는밥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