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수필] 마음의 풍경

이종순 수필가 

어제부터 비가 촉촉하게 내린다. 풀과 나무들은 가뭄의 단비를 만났으니 마냥 반가울 것이다. 일요일 아침에 등산을 하니, 시원한 공기가 가슴속으로 깊이 스며들었다.

멀리보이는 모악산 능선에는 안개구름이 자욱이 펼쳐져 있었다. 먼 산의 안개 속에서 고향의 모습이 아련히 떠올랐다. 

싱그러운 계절을 맞이하니 새삼 사색에 잠기게 된다.

산에 올라오니 산새의 푸르른 풍경이 무척이나 아름다웠다.

건넛집 나무에서 새들의 지저귐이 있었다. 그 새들의 소리가 마음을 달래주기에 충분하였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사람들로 받은 마음의 상처를 어떻게 치유하며 삶을 살아가야 하는지, 한동안 멍하니 먼 산을 바라보며 뒤안길을 돌아본다.

마음 한곳에는 항상 응어리로 남아있었던 것들이 메아리처럼 들려오고 그것들을  담아서 덜어내고픈 마음이 답답함으로 앞선다.

그 아무것도 아닌 것들 때문에 가슴 아파하는 시간들 속에서 헤메이는 것이, 그저 한줌의 의미 없는 것에 대한욕심인 것을, 부질없는 세상살이를  부여잡고  허비하는 시간들, 이모두가  아쉬움으로 스쳐 지나간다.

내 자신을 찾을 수 있는 시간들을  만들고 싶다.

그 시간들을 되찾고 싶은 마음들이 저 깊은 곳에서 울려 펴지며 심금을 울리는 소리로 나에게 전율처럼 들려온다. 

사람들은 때로는 외로워서 누군가를 그리워하고, 때론 필요에 의해서 관계를 맺으면서 살아가기도 한다.

하지만, 무의미한 관계에서 여러 사람들을 만나고 헤어지는 것은 참으로 슬픈 만남일 것이다. 사적인 만남마저도 이익만을 추구하며 사람을 만나는걸 보면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그러나 서로가 관심과 따뜻한 마음으로 애정을 가지고 관계를 맺는다면, 이 또한 얼마나 소중하고 귀한 아름다운 만남이 아니겠는가.

 

사람 때문에 아파하지 마라.

모두의 마음을 얻기 위해 내 마음을 

도려낼 것도 애쓸 필요도 없다.

몇 사람은 흘려보내고 또 몇 사람은 담으며 

그렇게 사는 것이 인생이다.

그 또한, 아름다운 인생이 아니겠는가. 

라며 ‘김 재선’ 시인님은  마음을 달래주었다. 

 

인생길에 곳곳에 숨어있는 인간관계들, 살포시 나를 아껴주는 사람들에게 그 사랑 돌려주며 사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바쁜 인생이고, 결국에는 모두 지나간다. 

어떤 기쁨은  내 생각보다 빨리 떠나고 어떤 슬픔은 더 오래 머물지만...

기쁨도 슬픔도 결국에는 모두 지나가는 것이다.

이러한 지혜로운 삶을 배우게 되는 시간에 감사한다. 

인간을 품어주던 자연도 때로는 조용히 혼자 있고 싶어 한다. 정신없이 마구 달려가다 주위를 둘러보면 허망하게 되는 것이  인생이고, 그 무엇보다도  삶의 여정을 즐기면서 사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기도 하다.

지금 살고 있는 여기. 그날이 그날 같은 보잘것없는 일상이지만 곁에 있는 이들과  눈 맞추고 보듬어주고 마음껏 품어주는 지금 현재의 만남들이 축복인 것이다. 저 멀리에서 풍경소리가 내 귀가에  잔잔하게 들려온다.

이 또한 아름다운 인생이 아니겠는가.

유월 첫날, 시작된 햇살이 내 마음을 향해 정원에 핀 수국꽃들이 설레임으로 다가와 바람 과 함께 사라진다. 긴 하루가 지나고 서쪽하늘로 붉은 노을빛이 물들다. 바다도 덩달아 일렁인다.

 

△이종순 수필가는 문학박사이다. 월간 종합문예지<문예사조>와 <시조문학>을 통해 수필가와 시인으로 등단했다. 호원대 유아교육과, 우석대 교육대학원 유아교육과 겸임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창의 숲 프로젝트 연구소 대표와 아이가 크는 숲 예솔 대표를 맡고 있으며 전주 걸스카우트 연맹 부회장으로 활동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