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소중함

이소정 문화예술교육공간 오이아 대표

마지막 칼럼에 대한 내용을 많이 고민했다. 마지막이다 보니 주제에 대한 고민을 글을 쓰기 직전까지 고민하였다. 하지만 마지막 칼럼은 문화예술 번외로 최근 나에게 일어났던 일로 글을 적어보려 한다. 

2주 전 외할머니께서 돌아가셨다. 할머니가 위독하시다는 전화를 받고 부랴부랴 할머니를 뵈러 가족들과 병원으로 갔다. 두려운 마음으로 눈물을 흘리며 도착했고, 이미 임종을 맞이한 할머니 얼굴을 뵙게 되었다. 할머니의 얼굴은 나의 예상과는 달리 편안한 얼굴로 눈을 감고 계셨다. 할머니가 영영 떠났다는 걷잡을 수 없는 슬픔이 나를 뒤덮었지만, 동시에 안도스러운 마음도 들었다. 

곧이어 가까운 친척들이 도착하고 장례식장으로 모두 이동하였다. 장례식장에 도착하자마자 상복으로 갈아입고 엄마에게 하얀 리본 핀을 달아주었다. 슬픔이 잠식할 것만 같았던 공간은 점점 생기가 돋았났다. 오랫동안 못 보았던 친척들을 보니 매우 반가웠고, 찾아온 손님들을 맞이하고 육개장을 정신없이 날랐다. 그리고 입관식을 하였고 그때 뵌 할머니의 얼굴은 옅은 미소가 지어졌다. 할머니의 연세가 97세였는데 그동안의 생명 연장 과정은 자식들의 욕심이 아니었나라는 생각도 들었다. 할머니의 죽음을 맞닥뜨린 엄마와 삼촌 이모들은 어린아이가 된 것 같았다. 그래도 장성한 자식들이 모두 잘 되어 함께하는 것이, 이것마저 복인가 싶었다.

장례 둘째 날이 되었다. 잠깐 쉴 수 있는 시간엔 얼굴 한번 본 적 없는 사촌들과 인사를 하며 서로의 안부를 물었고, 3일이라는 시간이 정신없이 지나갔다. 뒤이어 삼우제를 지내고 친척들과 함께 밥을 먹고 커피를 마셨다. 어색할 것 같았던 사촌들과 허물없이 사는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10년 만에 본 사이인데도 어제 본 사이처럼 편안한 게 신기했다. 그리고 이 시간이 할머니가 주신 선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할머니의 부고 소식에 뒤도 안 돌아보고 찾아와 준 친구들과 만나 시간을 보내는데 이 소중한 관계를 내가 그동안 잊고 살았구나 싶었다. 상 중에 기업과 약속했었던 대규모 강의를 나갔었는데, 나를 키워주신 할머니가 돌아가셨는데 돈을 벌러 가는 내 모습에 마음이 힘들었다. 그런데 이때 했었던 강의의 블로그 리뷰를 좋게 본 기관에서 또 다른 강의 의뢰가 들어왔다. ‘일할 수 있는 기쁨’을 잊고 있었는데 의뢰 들어온 강의가 할머니가 주신 선물 같아 “할머니가 나를 도와주시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일을 겪고 내가 깨달은 것은 ‘일상의 소중함’이다. 너무나 당연한 말을 칼럼에서 하고 있는 내가 우스워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모두가 다 아는 이 이치를 뼈저리게 느껴본 적이 있는가? 이 가치를 느껴본 사람이라면 나의 글에 공감할 것이다. 나는 이 가장 중요한 인생의 가치를 잊고 지냈었다. 말로는 현재에 감사하다고 했지만 온전한 진심은 아니었던 것 같다. 이 소중한 가치를 많은 사람이 느껴보았고, 느껴보지 못했다면 느껴보길 바란다. 진정으로 삶이 행복해지고 감사해질 것이다. 매사 소중한 시간이라 생각하니  기분 나쁜 일도 없었다.

이 글은 청춘예찬의 마지막 칼럼이 될 것이다. 마지막 칼럼은 모두가 공감할 만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이 글을 쓰게 해주신 할머니에게 다시 한번 감사한 마음을 느낀다. 내가 행복한 것처럼 모두가 행복하길, 행복해지길 진심으로 바란다. 

/이소정 문화예술교육공간 오이아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