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발생한 부안 지진과 관련, 외상후 스트레스 등 정신적 장애에 대한 장기관찰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최근 2016년 경주 지진이후 스트레스성 심장질환이 급증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된 가운데, 현재 부안지역에는 대한적십자사가 재해 당일부터 심리회복 지원 등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지원이 단순 상담 등 초기단계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재난재해에 따른 정신적 영향과 신체 건강에 미칠 부분들을 보다 면밀하게 살피는 지자체와 보건당국 차원의 체계적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7일 대한적십자사 전북지사에 따르면 부안 지진 발생일인 지난 12일부터 대한적십자사 전북재난심리회복지원센터가 부안 현장에서 진행한 심리상담은 지난 15일 기준 425건(명)에 달했다.
센터는 오는 21일까지 정신과 의사와 교수, 심리상담사들이 자원봉사 형태로 현장에서 심리상담을 진행할 예정이다.
피해지역 주민들은 대부분 “아직도 가슴이 떨린다”, “매일 악몽을 꾼다”, “여진이 또 올까 무섭다” 등 정신적 스트레스를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부안에서는 지난 12일 규모 4.8의 지진이후 이날까지 20건의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규모 2.0미만 19건이고, 3.1의 지진은 1건이다. 또 인명피해는 없지만 피해신고는 591건에 달했다.
이런 가운데, 국내 지진계기 관측 이래 최대 규모(5.8)였던 지난 2016년 경주지진 이후 해당 지역 거주 주민들에게서 심장질환 발생위험이 최대 60%가까이 높아졌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충남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한창우 교수 연구팀은 국제학술지 ‘BMC 공중보건'(BMC Public Health) 최근호에서 경주 주민의 월평균 허혈성 심장질환 발생률(인구 100만 명당)은 지진 발생 전인 2014년 9월~2015년 8월과 2015년 9월~2016년 8월에 각각 39.5명, 38.4명에 머물렀지만, 지진 이후에는 58.5명(2016년 9월~2017년 8월)과 49.8명(2017년 9월~2018년 8월)으로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경주 지역 주민의 허혈성 심장질환 평균 발생률은 지진 전만 해도 다른 비교 지역보다 3%가량 낮았지만, 지진 후에는 다른 지역보다 위험비가 최대 58%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연구팀은 지진과 여진으로 인한 두려움, 스트레스 등이 교감신경 및 내분비계에 영향을 미쳐 허혈성 심장질환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추정했다.
직접적으로는 지진과 같은 진동 노출이 혈관 수축, 내피 기능 장애, 심박수 및 혈압 증가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실제 1994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발생한 노스리지(Northridge) 지진(규모 6.7)과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 2010년(규모 7.1), 2011년(규모 6.3)에 잇따라 발생한 지진 때도 당일부터∼5주 후 급성 심근경색과 심근병증으로 인한 입원 환자가 급증했다.
2004년 10월 일본 니가타현 주에쓰 지진(규모 6.8)이 발생한 후 3년 동안 급성심근경색 관련 사망률이 발생 전 5년 동안에 견줘 14% 증가했다는 보고도 있다.
한 교수는 "지진은 허혈성 심장질환 외에도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자살 경향, 우울증 등 새로운 정신 질환의 발생률을 높인다는 보고가 있다"며 "국내에서도 지진 발생에 따른 심장질환 발생 위험이 확인된 만큼 지역 주민에게 직접적인 외상이 없어도 심장질환 관리 측면에서 중장기적인 보건정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대한적십자사 전북지사 관계자는 “외상후 스트레스는 상담 등 초기 대응이 중요하다”면서도 “현재로선 상담뿐이고 중증일 경우 병원 치료 연계 등을 하고 있지만, 심각한 질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에 장기 관찰 등 사회 각계각층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권익현 부안군수는 이날 간부회의에서 "지진 피해를 본 주민들이 일상을 회복할 수 있도록 심리안정 지원 대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