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30여 년 동안 지역의 이야기에 집중한 곽병창 극작가를 마주하다

80년대부터 창작극회 지키며 극본 써온 곽병창 우석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30여 년 세월 지역무대로 역사적 인물, 역사적 사건 조명한 다수 작품 집필
최근 공연콘텐츠극본집 <꿈속에서 꿈을 꾸다> 펴내, 지역연극계 주목 받아

곽병창 교수/사진=본인 제공

“글쎄요. 사명감이라기보다는 재미 때문이었죠. 젊은 시절 연극 동아리 선후배들과의 소중한 경험들이 굉장히 참신했고 재밌었어요. 사람들 속에서 부대끼며 연극을 만들고 공연을 올린다는 역동적인 행위에 푹 빠져들어 지금껏 달려온 것 같아요.”

30여 년 동안 지역을 소재로 희곡을 집필하고 있는 곽병창 우석대 국문학과 교수(64·충남 금산)의 말이다.

<강 건너, 안개, 숲>, <필례, 미친 꽃>, <억울한 남자> 등 한국의 근현대사에 집중해 희곡을 써 온 그가 지난 5월 공연콘텐츠극본집 <꿈속에서 꿈을 꾸다>를 펴냈다.

스무 살, 젊은 시절부터 연극과 함께 울고 웃으며 한평생을 보내온 곽 교수를 17일에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다.

시(詩)가 좋아 전북대 국문학과에 진학한 곽 교수는 대학시절 동아리 활동을 통해 연극과 인연을 맺게 됐다. 문학 소년이 처음 마주한 연극은 타인에 대한 지대한 관심을 필요로 하는 작업이었다. 낯설었지만, 신기했고 즐거운 경험이었다. 

순식간에 연극에 매료된 그는 무대에 올라 연기하고 관객과 호흡하는 일이 늘어갔다. 관객과 소통하는 과정 자체가 즐거웠기에 힘든 줄 몰랐다. 그런 그가 펜을 들고 희곡까지 집필하게 된 이유는 생각보다 단순했다. 만 30세에 대표로 몸담고 있던 극단 ‘창작극회’의 전통을 잇기 위해서였다.  

“창작극회의 오래된 전통에는 창작 희곡을 대표 스스로 생산해 무대에 올리는 것이 있는데요. 창작극회를 창단한 박동화 선생님은 항상 당신이 창작한 희곡으로 무대를 꾸려오셨기 때문에 저 역시 대표를 맡으면서 ‘직접 쓴 작품’으로 극단의 레퍼토리를 채워야 하겠다는 책임감이 자연스럽게 생겼던 것 같아요.”

그렇게 한편씩 모인 대본이 벌써 30여 편이다. 그의 펜 끝에서 탄생한 이야기에는 고통 받은 역사 속 인물과 사건이 주를 이룬다. 여기에 지역 특색까지 더해져 어딘지 모르게 정겹고도 친숙하다. 

“대본의 소재는 아무래도 개인적으로 관심이 있는 영역에서 많이 발굴되죠. 젊은 시절부터 역사나 그 시절의 제도, 이데올로기와 같은 것들 사이에서 어쩔 수 없이 휘말리는 힘없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에 매력을 느꼈어요. 다행스럽게도 지역에서 요구하는 작품의 방향과도 잘 맞아 떨어져서 다양한 작품들이 탄생했던 것 같아요.”

곽 교수는 최근 ‘꿈속에서 꿈을 꾸다’를 비롯해 ‘아리랑’, ‘이성계, 해를 쏘다’, ‘녹두새 훨훨’, ‘칸타타 선화공주’ 등 자신이 집필한 대본을 엮어 공연 콘텐츠 극본집을 펴내 지역 연극계의 주목을 받았다. 

그는 이번 책의 출간 배경을 ‘연극계 동료들에 대한 책임감’이라 밝혔다.

“30년의 세월 동안 전주의 역사와 전라도의 위인 등의 이야기를 녹여낸 희곡 작업을 이어오다 보니, 극본이 하나둘 서재에 쌓이기 시작했어요. 그러다 상처받고 희생당한 민중들의 이야기들을 서재에 방치해 둘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책으로 엮어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 거죠. 특히 희곡집이나 공연콘텐츠극본집은 일반 독자들이 상업적인 매력을 느끼기 어려운 장르로, 당시 공연에 함께한 동료들에 대한 어떤 일종의 의무감도 들어 몇몇 작품을 묶어야 할 필요성을 느낀 것 같아요.”

오랜 세월 수많은 작품을 창작하며 지역 연극계의 어른으로 뿌리내린 곽병창 교수. 예순을 훌쩍 넘긴 나이지만, 곽 교수는 아직 펜을 놓기에는 이르다고 말한다. 

그는 광복 80주년을 맞는 2025년. 독립운동가이자 비극적인 연극인의 삶을 살았던 ‘조명희’ 작가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새로운 작품에 대한 구상은 오래전부터 해왔지만, 본격적으로 쓴 것은 3개월 정도 걸린 것 같아요. 확정되진 않았지만, 광복 80주년의 해를 기념해 지역에서 만나볼 수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도 하고 있고요. 은퇴를 앞둔 현재, 이제는 집에 틀어박혀 있을 시간이 좀 더 많아질 테니 조금 더 열심히 읽고 세상을 들여다보며 앞으로도 작품을 써가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