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총선이 끝난 뒤 국민의힘의 존재감은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민주당이 싹쓸이한 전북에서 당선자 배출은커녕 득표율 한자리 수가 고작이었다. 혹시나 기대했던 정운천 후보마저 겨우 20%선에 턱걸이 할 정도다. 충격파가 더욱 큰 것은 선거 참패가 직접적이지만 당선 가능성에 대한 기대치가 현격히 떨어진 탓도 있다. 집권 여당의 체면만 구겼을 뿐만 아니라 당원들 사기도 셧다운 상태에 놓인 것이다. 오죽하면 유일하게 배출된 전북 출신 조배숙 비례대표 의원이 어떤 상임위에 배정됐는지 조차도 관심이 없다. 국회 원구성 협상을 둘러싸고 거대 야권 192석에 맞서 분투하고 있지만 코너에 몰린 상황이 국민의힘 현주소를 대변한다.
국회의원 워크숍에서 채택된 결의문에서 “국민 기대에 못 미쳐 총선에서 매서운 회초리를 맞았다. 선거에 나타난 민심을 무겁게 받아들여 국민을 두려워하며 반성의 계기로 삼겠다” 는 그들의 모습은 여전히 후유증을 앓고 있다. 하지만 유권자가 힘을 실어준 108석을 통해 반전을 모색할 수 있다. 4년 전 총선보다 의석이 5석 늘고 득표율 격차는 8.4%에서 5.4%로 줄었다. 이 숫자에 담겨진 행간 의미를 곱씹어 보면 집권 여당의 존재감이 필요한 때다. 여야 최악의 상황을 피할 수 있는 절묘한 선택이며 국정 파트너로서의 역할에 의미를 부여한 걸로 해석된다.
무엇보다 걱정되는 건 민주당 일색이다 보니 정부 예산과 국책사업 추진 과정에서 정부와의 소통 창구가 부족한 점이다. 그나마 21대에선 정운천 의원이 그 역할을 대신하며 김관영 지사와의 협치를 지렛대로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뒀다. 그런 점에서 국민의힘이 제시한 공약 중 새만금 국제공항과 신항만 조속 추진, 국가산단 입주기업을 위한 공공폐수처리시설 건립, 전북혁신도시 KTX 정차역 신설 등은 고무적이다. 새만금 하이퍼튜브 핵심기술의 검증시설 조성, 한국투자공사와 국내 7대 공제회 이전도 약속했다. 집권 여당의 공약인 만큼 선거 결과에 나타난 민심 수습 차원에서라도 더 강력한 추진력을 발휘해야 한다.
전북 정치권의 역학 관계를 감안하면 민주당 역할과 책임도 빼놓을 수 없다. 지역구 10석을 독식한 데다 자치단체, 의회도 사실상 장악한 제왕적 권력 집단에 버금 간다. 총선만 해도 민주당이 잘했다기 보다는 윤 정부의 정권 심판론에 편승한 측면이 강하다. 여야 모두 마음에 들진 않지만 정부 여당이 더 밉보여 채찍질을 가한 셈이다. 한마디로 총선 승리에 오버하지 말고 지방 소멸 위기에 직면한 전북의 제몫 찾기에 집중하라는 의미다. 국민의힘과의 협치를 통해 지역 발전의 성과물을 내놓으란 경고성 메시지가 담겼다. 총선 전국 득표율 격차가 3% 줄었다는 것은 향후 대선과 지방선거 결과를 점칠 수 없다는 점에서 여야 모두에게 기회를 준 것이다. 김영곤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