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에 귀하지는 않아도 ‘물로 보아서는 안 되는 것’이 있다. 그중 하나가 ‘물’이다. ‘물로 보다’·‘물 쓰듯 한다’는 관용구가 자주 쓰인다. 물을 하찮게 여긴 데서 비롯된 표현이다. 부족한 게 많았던 때, 그나마 주변에 넘쳐나는 게 깨끗한 물이었던 시절에 나온 말일 게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물을 헤프게 쓰거나 하찮게 여겨도 될 만큼 물 걱정이 없는 나라가 아니다. 그렇다고 물 부족에 시달리는 것은 아니다. 극심한 계절적 격차가 문제다. 겨울~봄철 어김없이 찾아오는 가뭄이 끝나면, 곧바로 홍수를 걱정해야 한다. 모자라서 근심, 넘쳐서 걱정이다.
최근 국제사회에서 물에 대한 관심과 논의의 초점은 ‘안전한 식수’에 맞춰져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수돗물을 그대로 마시거나 끓여 먹는 가구가 크게 줄면서 정부와 각 지자체가 수돗물에 대한 불신 해소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익산이 수돗물 논란으로 연일 뜨겁다. 익산시가 수돗물 공급체계 개선방안을 다시 추진하면서 지역사회 해묵은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익산의 수돗물 공급체계는 한국수자원공사가 공급하는 전주권광역상수도와 한국농어촌공사에서 관리하는 완주 대아저수지의 수자원을 만경강 상류에서 끌어내 자체 시설에서 정수한 후 공급하는 지방상수도로 이원화돼 있다. 익산시에서 10여년 전부터 광역상수도로의 상수원 일원화를 추진하면서 논란이 이어졌다.
전주권광역상수도는 한국수자원공사가 완주 고산정수장에서 금강 상류 용담호의 물을 정수 처리해서 관로를 통해 공급하는 방식이다. 또 시에서 운영하는 2곳(신흥·금강)의 지방정수장에서는 한국농어촌공사가 완주 고산천 취수보에서 약 28km에 이르는 농업용 대간선수로를 통해 공급하는 물을 원수(源水)로 이용하고 있다. 그런데 지하관로가 아니라 개방형 수로를 통해 수돗물 원수를 공급하는 탓에 수질오염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여기에 지방정수장의 시설 노후화 문제가 부각되면서 대책이 급해졌다. 광역상수도로의 전면 전환이나 기존 시설 보수·신설 방안 중 하나를 결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오랜 논란에는 이유가 있다. 각각의 장단점이 맞서기 때문이다. 광역상수도로 전환할 경우 수도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 광역상수도에는 관련 법률(금강수계 물관리 및 주민지원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톤당 170원의 물이용부담금이 수도요금 고지서에 통합하여 부과된다. 시민 생활용수 공급을 전적으로 공기업에 맡기지 않고, 자체 정수장을 함께 운영하는 것이 지역의 경쟁력이 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깨끗하고 안전한 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것이다. 선택은 그 물을 먹어야 하는 시민들의 몫이다. 지자체는 공정하고 정확하게 시민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 장마가 시작됐다. 집중호우와 함께 태풍급의 강한 비바람도 예보됐다. 다시 물난리를 조심해야 할 때가 왔다. 어쨌든 이제는 ‘물을 물로 보아서는 안 되는’ 시기다.
/ 김종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