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의 소녀상, 해외 분투기

일러스트/정윤성

사르데냐섬은 이탈리아반도 서쪽 바다에 있다. 이탈리아에서는 두 번째 큰, 지중해 제2의 섬이다. 이 섬에 있는 스틴티노는 아름다운 해변으로 이름을 널리 알린 휴양 도시다. 지난 622, 이곳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기리는 평화의 소녀상이 세워졌다. 이탈리아에서는 처음, 해외에서는 열네 번째 설치된 소녀상이다.

평화의 소녀상은 201112, 우리나라 일본 대사관 앞에 세워진 것이 시작이다. 소녀상이 처음 제막된 날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수요집회가 1천 회를 맞은 날이었다.

열서너 살 꽃다운 나이에 일본군에 강제로 끌려가 위안부로 살아야 했던 소녀의 슬픈 사연을 형상화한 소녀상은 부부 조각가 김운성 김서경 씨가 제작해 기증한 것이다. 위안부 할머니의 꿈 많던 소녀 시절을 돌려주자는 의미를 담은 작품이다.

소녀상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건립되기 시작했다. 해외 소녀상은 2013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글렌데일시 시립공원 공립도서관 앞에 세워진 것이 처음이다. 그 뒤 세계 도시들의 소녀상 건립이 이어졌다. 반인륜적 전쟁 범죄인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널리 알리는 의미 있는 연대였지만, 해외에서의 소녀상 건립은 순탄치 않았다. 글렌데일시의 소녀상만 해도 재미 일본인 극우세력들이 반발해 법정 소송까지 벌이는 등 온갖 수난을 겪어야 했다.

안타깝게도 해외 도시의 소녀상은 지금 위험에 처해있다. 일본 정부가 나서 지속적인 압박으로 철거를 유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철거된 소녀상도 있다. 독일에서 베를린에 이어 두 번째, 카셀시의 카셀대학에 설치됐던 소녀상은 일본 정부의 온갖 훼방으로 20233, 철거되고 말았다. 베를린의 소녀상 역시 설치 허가 기간이 끝나는 오는 9월 철거될 위기다.

새로 설치된 이탈리아 스틴티노시의 소녀상 역시 어려움을 겪었다. 제막식 연기를 요구했던 일본 정부가 소녀상 옆에 놓인 비문을 문제 삼아 지속적인 압력을 넣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본의 방해에도 여성 인권변호사 출신인 리타 발레벨라 스틴티노 시장은 끝내 소녀상을 지켰다. 제막식에서 발레벨라 시장은 그 의지를 이렇게 밝혔다.

전시 성폭력은 과거의 문제가 아니다. 팔레스타인 우크라이나 등 분쟁 지역에서 일어나고 있는 오늘의 문제다. 소녀상은 비극적인 전쟁의 피해를 당한 여성들의 고통, 그 외침에 답하는 연대다.”

일본의 소녀상 공세는 갈수록 거세지는 형국이다. 왜곡된 역사를 앞세우고도 당당하게 나선 일본 정부와 비교해 우리 정부는 필요하면 적절한 대응을 검토해나가겠다는 느긋한(?) 입장이다. 온갖 수난을 겪으면서도 살아남은 해외 소녀상. 자칫 때를 놓치지는 않을까 걱정스럽다. / 김은정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