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학동 사진미술관에 전북 판화가들의 시각, 시대정신 '가득'

14일까지 기획초대전 '전북판화가협회 정기전
김수진, 김영란, 박마리아, 정미경 등 11명 참여

정미경 동판화 '우리들의 얼굴blue' /사진=서학동사진미술관 제공 

전북에 뿌리를 두고 짧게는 5년, 길게는 30년이 넘게 작품 활동을 해 온 작가들의 작품이 한자리에 모였다. 수도권에서, 나아가 세계를 무대로 활동할지라도 두 발은 전북에 내딛고 있는 작가들이다.

서학동 사진미술관이 오는 14일까지 기획초대전 ‘전북판화가협회 32회 정기전’을 연다.

지금, 이 시대 전북에서 살아가는 판화 작가들의 시대정신이 녹아있는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생활 속의 작은 판화시장’을 주제로 꾸며지는 전시에는 김수진, 김영란, 김하윤, 박마리아, 오혜영, 유대수, 이명자, 이은경, 정미경, 조진성, 최하영 등 11명의 작가가 참여한다.

이들은 목판화, 에칭(동판화), 드라이포인트와 같은 다양한 판화 기법을 이용해 판화의 멋을 극대화한다. 

정미경 작가의 작품 ‘우리들의 얼굴 blue’는 친근하다. 그도 그럴 것이 그의 작품 속 이야기는 길가다 한번쯤은 마주쳤을 일상의 소소한 풍경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정 작가의 상징색이기도 한 파란색을 적극 활용해 회화적인 느낌을 풍성하게 살려냈다. 일상적인 풍경과 뚜렷한 색채감으로 빚어낸 작가의 작품 속 배경은 현재, 전북의 살아있는 풍경이라 할 수 있다. 

박마리아 드라이포인트 'birthday delivery'/사진=서학동사진미술관 제공 

박마리아 작가의 'birthday delivery'는 드라이포인트 기업으로 작업한 작품이다. 아크릴판에 예리한 펜으로 섬세하고 정교하게 표현했다. 동판화처럼 세밀한 표현이 가능해 판화작가들이 선호하는 작업기법이다. 매우 정교하게 작품을 표현할 수 있다는 게 큰 특징으로 마치 종이에 스케치를 한 듯한 질감이 인상적이다.

목판화 소멸법으로 완성된 조진성 작가의 '할머니의 사진첩'은 다섯 가지 색을 한 개의 목판에 입혀 프린팅하고 파내는 작업을 반복한 결과물이다. 이 과정에서 처음 그려진 목판 위 이미지는 사라지지만 프린팅 된 종이에는 여러 색이 층층이 쌓여 색다른 이미지로 탄생하게 된다. 이외에도 김영란, 이은경, 김수진, 최하영 등 작가들은 각기 다른 색깔로 판화가 가진 매력을 보여준다. 

조진성 목판화 '할머니의 사진첩'/사진=서학동사진미술관 제공 

​전시는 작품을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작가에 집중한다. 참여 작가들이 판화의 대중화를 위해 협회 초창기에 진행했던 ‘생활 속의 판화전’을 부활시켰다. 전시장 한 벽면에는 오래된 서랍 속을 꺼내보듯 작가들의 초창기 작품들과 작은 판화로 가득 채워 들여다보는 재미가 있다. 

전북판화가협회는 오는 6일 오후 3시 서학동사진미술관에서 작가와의 대화를 연다. 작품에 담긴 의미를 작가에게 직접 들을 수 있다. 

서학동사진미술관 관계자는 "미술의 다양성과 독창성을 만날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이라며 "판화의 뿌리를 견고하게 붙잡고 온 작가들의 작품을 직접 관람하길 바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