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를 살리는 공간이 늘고 있다. 공간 덕분에 활기를 찾는 도시가 늘고 있다는 소식은 반갑다. 도시의 새로운 자산이 되는 공간들은 복합문화공간, 미술관, 도서관 등 그 종류도 다양하다. 그중에서도 도시의 명품이 되는 공간들은 대부분 문화를 중심에 두고 있다. 주목하게 되는 것은 새롭게 등장해 도시의 랜드마크가 된 공간들은 하나같이 건축적 요소가 특별하다는 것이다.
지난 2월 개관한 강릉의 솔올미술관도 그중 하나다. 강릉 시내를 조망할 수 있는 교동공원에 들어선 솔올미술관은 건립 초기부터 여러모로 화제가 됐다. 솔올미술관은 미국의 설계사무소 마이어 파트너스 작품이다. 마이어 파트너스는 ‘백색건축’으로 이름난 건축 거장 리처드 마이어가 자신의 건축 철학을 실현하기 위해 설립한 회사다. 솔올미술관은 한국에서 이 회사 이름으로 설계한 첫 번째 미술관이 됐다.
미술관은 지상 2층, 지하 1층, 총면적 3221.76㎡ 규모. 백색노출콘크리트와 알루미늄 패널, 투명유리창이 주변 환경과 조화를 이루며 순백색의 아름다움으로 관객들을 이끈다. ‘한국미술과 세계미술을 연결하는 미술관’을 표방하며 첫 전시도 한국에서 처음으로 소개되는 이탈리아 출신 현대미술의 거장 루치오 폰타나를 초대했다.
사실 솔올미술관을 주목하는 이유는 또 있다. 미술관이 지어진 배경이다. 솔올미술관은 강릉시 교동 7공원 안에 아파트 단지를 개발하면서 시행사 교동파크홀딩스가 건립한 미술관이다. 개발에 유리한 조건을 허가받는 대신, 시행사가 지어 국가나 지자체에 기부채납하는, 일종의 공공기여 방식으로 이루어진 사업이다.
강릉시는 당초 기부채납 미술관 설계에 해외건축가가 참여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강릉의 중심부에 들어서는 이 미술관이 랜드마크가 되어야 한다는 기대가 작용했을 터다. 순백색 건축물의 아름다움에 현대미술 거장의 전시로 문을 연 솔올미술관의 출발은 일단 성공했다는 평가다.
돌아보면 도시 개발로 공공기여를 위해 지어져 기부채납되는 시설이 늘고 있다. 공공기여 방식도 기반시설 중심에서 문화시설로 변화되는 양상이다. 문화계에서는 이들 기부채납 공공시설 운영을 주목하고 있다. 운영권이 공공으로 넘어간 이후 시설의 정체성과 역할이 유지되지 못하고 ‘골칫거리’로 전락하는 예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올해 가장 뜨거운 관심을 모았던 솔올미술관도 그 대상이 됐다. 올 하반기에 운영권을 넘겨받는 강릉시는 솔올미술관을 시립미술관으로 운영한다는 계획이지만 안타깝게도 허술한 준비과정이 도마 위에 올라 있다. 기부채납 받는 미술관을 명품으로 만들기 위해 설계 주체까지 깐깐하게 챙겼던 지자체의 의지가 무색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김은정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