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어진 집중호우로 금강 상류의 국내 최대 규모 댐인 대청댐의 방류가 시작되면서 영향을 받는 전북특별자치도 서북부지역 지자체들과 관련 당국의 대응책 마련이 요구된다.
특히 이미 많은 비가 내려 하천 폭 즉, '물그릇'이 포화상태인 하류지역 군산과 익산의 범람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데, 과거 홍수 등 재해관리계획을 전면 재검토하고 새로운 기후에 맞춘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한국수자원공사 등에 따르면 지난 8일부터 사흘간 이어졌던 집중호우로 대청댐의 수위는 지난 10일자로 상시 만수위인 76.5m를 돌파했다.
대청댐의 계획홍수위는 80m다. 80m를 넘어서면 댐 붕괴 우려가 있어 대량의 물 방류가 불가피하다.
한국수자원공사는 지난 10일 오후 6시부터 초당 1800톤 가량의 물을(14일 낮 12시 기준) 방류하고 있다. 현재 댐 수위는 73m 가량으로 낮아졌지만, 방류로 인해 인근 하천 등은 수위가 2∼3배 가량 높아져 있다.
문제는 이번 주 또 한 번의 많은 비가 예견돼 있다는 점이다.
기상청은 오는 16일부터 한반도에 상륙하는 저기압의 영향으로 중부지역을 중심으로 많은 비가 내릴 것으로 예측했다.
지방 하천들의 수위가 높아진 상황에서 다시 한 번 많은 비가 내릴 경우 대청댐은 방류량을 더 늘릴 수밖에 없다.
특히 현재 군산과 익산, 완주 등 수해피해를 입은 지역들은 복구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으로, 자칫 ‘말짱 도루묵’이 될 수 있다.
또한 군산 금강 하류의 경우 만조와 방류량이 겹칠 경우 피해는 겉잡을 수 없이 커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한국수자원공사 관계자는 “대청댐은 이번 장마를 대비해 홍수기 진입 전 설계대비 2.6배에 달하는 6.4억톤의 충분한 물그릇을 확보했었다”며 “기상청 예보보다 더 많은 강우가 내렸음에도 불가피한 최소 방류만을 시행해 하천홍수 피해 경감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북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7월 진입 후 홍수기 직전 대청댐의 수위는 70m 이하로 내려가지 않았다.
대청댐의 최저 수위는 60m로, 당시 기상청은 이번 장마철에 평년보다 비슷하거나 많은 비가 내릴 확률을 80% 이상으로 내다봤다.
지난해에도 한국수자원공사는 7월 10일 이전까지 대청댐의 수위를 73m까지 유지한 상태에서 집중호우가 쏟아지자 초당 3000톤 가량의 물을 방류했고 하류 지역이었던 익산 지역 등은 쏟아진 물에 큰 피해를 입었다.
이번 집중호우 당시에 이 같은 상황은 반복됐으며, 아직 끝나지 않은 장마에 남부지역은 또 한 번 홍수 피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재)한국재난안전기술원 정상만 원장은 “현재 예측할 수 없는 이상기후가 매년 반복됨에 따라 댐 수위를 조절하는 것이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며 “하류지역의 주민들의 피해는 반복되고 있는데, 현재 지방 하천들의 정비 정도가 매우 빈약하다. 댐들은 비가 많이 오면 방류를 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는 지방하천이나 소하천들의 정비 정도가 100년 주기(100년에 한번 올 정도의 홍수에 대비) 정도밖에 되어 있지 않아 계속 물난리가 나는 것이다. 재해가 발생하고 복구를 하는 것이 아닌 선제적인 조치와 각 기관들의 소통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전북자치도 관계자는 "현재는 하천정비에 대한 예산들이 문제가 발생하는 지방하천 및 소하천들을 대상으로 내려오는 것이 아닌, 만경강 수계 등으로 묶여서 내려온다. 이에 문제가 발생하는 지역에만 예산을 투입하기는 어렵고, 현재 이상기후가 반복되고 있어 대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