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관마다 '제각각' 위험운전치사·상 혐의 적용 기준 마련해야

위험운전 치사·상 혐의 적용 기준 도내 모든 경찰서 다 달라
현장 출동 경찰관의 '위험운전 보고서'를 기준으로만 판단, 미적용 사례 발생
경찰관들도 모호한 기준에 불만의 목소리
정확한 적용 기준 입법 등 사회적 제도 필요

클립아트 코리아.

경찰 수사 단계에서 '윤창호법'으로 불리는 위험운전치사·상(이하 위험운전) 혐의 적용에 대한 정확한 기준이 없는 것으로 확인돼 개선이 요구되고 있다.

수사에 나선 일선 교통사고 조사담당 경찰관 개인의 판단에 따라 혐의 적용이 갈리는 형국인데, 경찰청 차원의 판례 분석 등을 통한 적용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전북일보가 전북경찰청 교통조사계와 전북특별자치도 내 15개 경찰서 등을 확인한 결과 모든 경찰서에서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11(위험운전 등 치사상)의 적용기준이 달랐다.

해당 법률은 음주 또는 약물의 영향으로 정상적인 운전이 곤란한 상태에서 자동차를 운전하다 사람에게 상해에 이르게 한 사람은 1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상 3000만원 이하의 벌금, 사망에 이르게 한 사람은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위험운전은 일반적인 교통상해·사망사고에 적용되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보다 엄한 처벌로 음주운전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위해 만들어진 상위법이다. 

그러나 각 경찰서들은 이 혐의를 적용하기 위한 혈중알코올농도 기준부터 제각각이었다.

혈중알코올농도 기준으로는 '0.1 이상', '0.08 이상', '음주 여부가 확인될 시' 등 경찰서마다 기준이 달랐다.

행동요건 기준은 블랙박스에 찍힌 음성, 신체 상태, 걸음걸이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적용되는 등 현장 사고 조사관의 판단에 따라 작성된 보고서로 해당 혐의 적용이 검토됐다.

각 경찰서 교통조사계 직원들은 상해 혹은 사망 사고가 발생했을 때 위험운전 보고서를 작성한다. 혈중알코올농도는 물론, 말투와 눈의 충혈, 안색 등 초기 수사 과정에서 발견되는 증거들을 기재한다. 

이로 인해 위험운전 혐의는 초기 수사과정의 미흡함이나 수사관 개개인의 판단에 따라 적용되지 않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다.

경찰관들도 ’모호한 기준‘에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도내 한 경찰서 교통조사계 경찰관은 “현재 위험운전 혐의를 적용하기 위한 현장 매뉴얼 등 정확한 기준이 없다”며 “법령 자체가 ’정상적인 운전이 곤란한‘이라는 모호한 문구로 현장에서도 어떠한 방식으로 적용해야 할지 난처한 상황이 많고, 위험운전 혐의를 적용했을 때 재판 과정에서 혐의가 적용이 안 되면 다른 혐의들도 함께 무죄가 나오는 경우가 있어 법 적용에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교통조사계 경찰관은 “정확한 기준이 없기에 운전자를 차에서 내려 걸어보게 한 다음 동영상을 찍는 방식 등으로 증거를 마련하고 있다”며 “혈중알코올농도라는 것이 사람마다 개인차가 크기 때문에 혈중알코올농도가 0.1~2 이상이 검출돼도 위험운전 혐의가 적용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최근 전주에서 발생한 포르쉐 운전자의 과속 음주운전 사고는 경찰 조사 과정의 미흡함과 낮아진 혈중알코올농도로 인해 위험운전 혐의를 적용하지 못했다. 수사에 나섰던 경찰관들도 해당 사건에 대한 위험운전 치사 혐의 적용을 고려했지만, 포르쉐 운전자의 혈중알코올농도가 위드마크 공식으로 최종 0.036으로 낮아지면서 적용하지 못했다.

당시 운전자는 음주 상태에서 최고 시속 164㎞로 운전하다 10대 운전자의 차량을 들이받아 운전자를 숨지게 하고 동승자에게는 중상을 입혔다. 위험운전 치사 혐의가 적용되지 못하면서 가해 운전자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치사죄 혐의가 적용됐다. 해당 혐의는 5년 이하의 금고형 등이 내려져 위험운전 치사죄에 비해 형량이 가볍다.

건국대학교 경찰학과 이웅혁 교수는 “수사관들이 제시하는 증거들에 대해 법원이 인정을 해주지 않는 경우가 많아 보수적인 혐의 적용이 이뤄지고 있다"며 “법원 판사들의 법리 판단과 입법 자체가 바뀔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김호중 사건 이후로 술에 술타기가 늘어나 해당 혐의를 적용하기 어려운 사례들이 생겨나고 있어 적발 후 술을 마시는 행위 자체를 음주측정 거부로 규정해 처벌해야 한다"며 "또한 판례 분석 및 사회적 합의를 통해 위험운전 혐의에 대한 입법 등 정확한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