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당대회 ‘전북 호명 실수’ 사태 “국민의힘 사과 의사 전무”파문

IOC 올림픽 개막식 대한민국 호명 실수 사태 공식 사과와 대조
국민의힘 전북도당 소속 광역·기초의원 통해 성명 밝혀
조배숙 의원 유감 밝혔으나 중앙당 차원 일언반구 없어
전북의 사과 요구조차 민주당 탓으로 잠재우려는 분위기

파리올림픽 개막식에서 장내 아나운서가 ‘대한민국 선수단’을 북한으로 잘못 소개하면서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에 공식적으로 사과의 뜻을 밝힌 가운데 이와 비슷한 사건인 ‘전북 호명 실수’사태에 대한 국민의힘 차원의 사과 의사는 전무한 것으로 파악됐다. 

28일 여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이번 사건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하면서도 당 차원의 사과는 과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회자의 단순 실수를 당이 사과할 경우 당의 공식 입장으로 오해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 국민의힘이 사과는커녕 변명조차 하지 않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여의도 정가에선 ‘기다리다 보면 지역의 분노는 가라앉기 때문에 굳이 사과할 필요를 못 느끼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리고 있다.

한국을 북한으로 소개한 사건에 대해 IOC가 28일 공식 홈페이지에 사과 입장과 그 경과를 알린 것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IOC는 이날 토마스 바흐 IOC위원장이 윤 대통령과 통화했고, 개회식에서 대한민국 선수단을 잘못 표현한 데 대해 진심으로 사과했다고 밝혔다. 또 이들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도 했다.

반대로 국민의힘에선 국민의힘 전북도당 소속 광역·기초의원 통해 전북의 사과 요구조차 민주당 탓으로 돌리며 잠재우려는 시도가 포착됐다.

여권의 한 중진 의원은 이를 두고 “(우리 당이)중앙당도 아닌 도당을 통해 전북 민심을 간 보려는 시도”라고 해석하기도 했다.

실제로 국민의힘의 기조는 전북도민에 대한 사과 대신 ‘호명 실수’와 ‘간첩 발언’에 대한 사과 요구를 민주당의 가스라이팅으로 규정하고 이를 관철하려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 전북도당서 나온 성명서 중 천서영 전주시의원이 밝힌 입장문이 당의 입장과 일맥상통한다는 것. 사과 요구를 도민 선동으로 치환해 마치 사과를 요구하는 도민들을 ‘우매한 군중’으로 돌리려는 발상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국민의힘 측에서 제작한 문구의 핵심은 “민주당은 도민의 눈과 귀를 가리고 무작정 지역차별을 조장하려는 추악한 가스라이팅을 중단해야 한다”는 것인데 명백한 비하발언에 대한 사과 요구 자체를 폄훼한 것이다. 

이 논리를 올림픽 사태로 치환하면 대한민국을 ‘북한’으로 잘못 부른 것도 사회자의 진행 미숙에 불과하며 한국 국민의 사과 요구는 올림픽이라는 세계인의 잔치상까지 엎어가며 표를 얻으려는 비열한 시도에 불과해지게 된다. 특히 이번 사태는 국민의힘 전당대회 사회자 중 김병찬, 양종아 2명 모두 '전북특별자치도'를 '전라북도'라는 과거의 명칭으로 잘못 지칭한데 이어, 양종아 사회자의 경우 “전라북도? 따로 호명해야 되나”라고 하면서 도민들의 성난 민심에 기름을 부은 사건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여권 관계자는 “그냥 솔직하게 당 대변인실에서 사회자의 실수지만 변명할 여지 없는 잘못이라고 인정하면 끝날 일”이라며 “정치에서는 단수한 ‘말’이라도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당원 A씨는 “만약 대구·경북 당원들에게 이런 실수를 했다면 당이 어떻게 대처했을까, 같은 호남이라도 사회자가 광주를 호명하지 않고 ‘간첩’ 발언을 했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생각하면 매우 씁쓸한 기분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고 토로했다. 

한편 파리올림픽에서 '호명실수' 사태는 우리나라 선수들을 태운 유람선이 48번째로 입장할 때 장내 아나운서가 한국의 공식 명칭인 ‘République de corée’(프랑스어)와 ‘Republic of Korea’(영어)가 아닌 북한을 의미하는 ‘République populaire démocratique de corée’(프랑스어)와 ‘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영어)로 호명한 것이다. 당장 우리 국민들은 반발했고, 이는 IOC의 즉각적인 사과로 이어졌다. 이에 비춰보면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나온 일명 ‘전북 간첩’발언 사태의 심각성을 유추할 수 있다.

국민의힘 전당대회 '호명 실수' 사건은 호명되지 않는 전북을 제외한 다른 모든 지역 당원들의 박수와 함성이 끝나자 사회를 맡은 김병찬 전 KBS아나운서가 “지금까지 박수를 치지 않는 분들이 꽤 계신다”고 했고, 곧바로 다른 사회자인 양종아 광주 북구을 당협위원장이 “(박수안친 분들은)어디서 오셨을까요”라고 호응한 데서 촉발됐다. 그러자 김 전 아나운서는 “정체를 밝힐 수 없는 어떤 간첩이라든가”라고 말했다. 그러자 객석에 있던 전북지역 국민의힘 당원들이 “전북이 빠졌다”라고 이야기했고, 양 당협위원장은 "전라북도? 따로 (호명)해야 되나요?"라고하면서 논란은 더욱 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