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극한호우에 대비하기 위해 전국 14곳에 '기후대응댐' 신설을 계획하고 있지만 전북지역은 후보지가 단 한 곳도 포함되지 않았다. 홍수 피해가 반복되고 있지만 전북 지방자치단체들은 기후대응댐 신설에 관심을 갖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일부 지역에서 환경영향 등 기후대응댐에 대한 찬반 의견이 갈리고 있지만, 전북지역은 익산에서 2년 연속 침수피해가 발생하고 있고 바다와 맞닿은 군산 지역도 만조시 하천 범람 우려가 있는 등 위험지역군에 속해 있는 지역이다.
이번 후보지 선정은 지자체 신청과 정부 지정 두 가지 형태로 정해졌는데, 해를 거듭할수록 예측할 수 없는 이상기후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와 지자체가 지역 수해 위기를 등한시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5일 전북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환경부는 지난달 30일 기후위기로 인한 극한홍수와 가뭄에 대응하기 위해 ‘기후대응댐’ 건설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기후대응댐 후보지는 총 14곳이 선정됐다. 세부적으로는 다목적댐 3곳, 홍수조절댐 7곳, 용수전용댐 4곳이다. 전북 지역에 영향을 주는 만경강 등 물줄기에는 단 한 곳도 선정되지 않았다. 금강 지역에 선정된 다목적댐인 지천댐은 충청 지역에만 영향을 준다.
후보지 선정을 위해 지난해 6월 이후 17개 지자체가 21곳에 댐 신설을 환경부에 신청했다. 그 결과 신설 후보지 14곳 중 9곳은 지자체 신청 지역 가운데 선정됐다. 5개 지역은 정부가 지정했다.
집중호우 피해로 2년 연속 완주·익산 등 지역이 특별재난지역으로 선정된 상황에도 전북지역 지자체들은 기후대응댐에 단 한 곳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완주군의 경우 기존에 댐 건설을 희망하던 지역이 2곳 있었음에도 주민 보상금 등의 문제로 신청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완주군 관계자는 “완주군 신촌리와 승치리 등에서 댐 건설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왔지만, 주민 합의 등이 되지 않아 추진하지 못했다”며 “이상기후가 계속되고 있는 만큼 선제적 대응의 필요성은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전북자치도 관계자는 “기후대응 댐은 기초지자체에서 건설을 신청해 환경부에서 검토하는 방식이다”며 “지자체들이 신청하지 않는 상황에서 강제로 댐 건설을 할 수는 없다. 이번 댐 건설은 대부분 낙동강 지역에 이뤄졌는데, 익산 등에 영향을 주는 금강의 경우에는 아직 물그릇이 조금 남아 여유가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댐 건설은 가뭄 피해를 막기 위해 물그릇을 늘리는 것이 중요할 것으로 보이는데, 전북은 가뭄에서 큰 피해가 없었다”고 덧붙였다.
최근 발생하고 있는 이상기후는 홍수든, 가뭄이든 예측 자체가 힘들다.
지난달 8일부터 10일까지 3일간 군산, 익산, 완주 지역에 내린 비는 군산 342.7㎜, 익산 238.7㎜, 완주 147.4㎜에 달했다. 특히 군산은 연평균 강수량 1246㎜의 10% 가량인 131.7㎜의 비가 1시간 만에 내리기도 했다.
또한 7월 익산지역의 강수량은 704㎜로 연 강수량의 절반 가량이 한 달 만에 내리는 이상기후가 발생했다. 또한 입추를 앞둔 상황에도 40도에 가까운 폭염이 이어지고 있다.
댐 관련 전문가인 (재)한국재난안전기술원장 정상만 교수는 전북지역 지자체의 댐 신청 전무에 대해 "무감각한 처사"라며 기후위기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자연재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가뭄과 홍수”라며 “댐을 짓는 과정에서 환경도 파괴되고 지역민들의 반대가 발생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기후변화 위기에 대응하려면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하루 이틀에 기후위기가 끝날 것이 아니고, 현재는 전북에 가뭄피해가 없지만 언제 급작스럽게 가뭄이 발생할지 모르는 상황이다. 수도권은 다목적댐 8개가 물 공급을 하고 있어 전국에서 가뭄과 홍수피해가 가장 적게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기후위기 대응은 현재가 아닌 미래의 후손들과도 관련이 있는 것이다”며 “미래의 재난을 막기 위해서는 현재 물그릇이 작은 하천 정비와 댐 건설 등이 동반되는 등 적극적인 기후위기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